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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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고 경악해야 하리
내가 살과 뼈로 얽힌 사람인지라
톱니바퀴 물살 잠잠하면
높은 첨탑 아래 맨발 딛고
종소리처럼 순교하면 그 뿐,
허나 두 눈 감고 건너야 하리
고통이 공포보다는 관성의 낱말이므로
누군들 등불 밝혀 비춰줄까
내 신음은 기도보다 낮게 읊조렸다
때론 벌레들도 어깨 들썩이거나
새들도 안부를 묻고
버들강아지도 새살 돋웠다
개울도 얼음 밑으로 슬픔 삭이며 흘러갔으니
하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서러움은 지층 밑 화석으로 남고
분노는 심연 속 모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다 남은 그리움들은
공중에 새털구름으로 흐를 것이라
맑은 날엔 비행기 날개에 앉아
온 세계를 풀밭처럼 떠돌다
습기찬 시절엔 비나 함박눈으로
후둑 후두둑 찾아올 것이다
첫사랑 입술처럼 다가와
하루 종일 추억 앞에 쪼그려 앉아
온통 들쑤시고 헤집어 놓으리라
삶을 삶의 질서를
설령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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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

닉으로 쓰시는 카프카, 시의 푸슈킨등이 뱅뱅 맴도네요.^^
건필하시고 또 유쾌한 명작을 고대해 봅니다^^
카프카007님의 댓글

요즘 하도 안읽었던 명작시(?)를 읽으며
제 나름대로 힌트나 이야깃거리를 찾곤 한답니다
상상력이 너무 궁한지라ㅜㅜ
한편으로 시마을 문우들의 활달한 상상력과
광대무변한 사고, 거리낌없는 표현이 부럽기 그지없답니다!
시인님의 관심 격려 모두 고맙습니다
항상 좋은 시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