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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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물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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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 남자의 눈물샘 꽈리는 여성보다 커서 눈물이 더 많습니다.
내면에 쌓인 상처는 진한 눈물이 떨어질
때 같이 사라집니다. “
처음 눈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요법사가 설법을 늘어놓았다
존 레논은 프라이멀 요법 센터에서 눈으로만 기타를 연주했다
어머니는 어린 그에게서 엄마와 눈물을 빼았았다
악기를 치우고 곡기마저 끊은 채,
폭포 아래 부서지는 물만을 생각했다
비린 몸에서 엄마의 젖꼭지같은 날개가 기어나왔으나,
깃털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젖꼭지를 피가 날 때까지 종일 비틀었다
며칠 후, 폭포에서 우레와 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 흐르는 눈물을 떨구기까지 나는 오백
년을 울었다 ! "
그때, 고음의 울음이 기타에서 작렬했다
요법사는 기타를 닦은 수건을 창틀에
걸어두었다
마르지 않는 수건에서 늘 음악이 흘렀고,
수행자들은 해탈한 귀에 만족하며 더
오래 센터에 머물렀다
요법사는 앨범을 만들어 몰래 비싸게
팔려고 작정했고,
어느날 신음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수건의
입을 틀어막았다
기타리스트가 떠나자 수건은 생강꽃을 따라 흩날렸으며,
창틀에서는 맑은 날에도 빗물이 흘렀다
빗소리에 질린 수행자들이 귀를 후벼파며
하나 둘 떠났다
요법사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창틀에서 떨어진 수건이 입 안에 기어들고,
구멍이 막힌 기타 속에서 침수 당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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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은 직접 프라이멀 치료를 받은 가수이다. 그의
유명한 노래 ‘어머니’는
유년기 모친에게 버림 받은 고통의 결산이며, 치료 이후 만든 창작품이다. (구글에서 인용)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창틀에서는 맑은 날에도 빗물이 흘렀다"
그 깊이가 더해져서
"그제서야 자신이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멋진 시, 잘 감상했습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의 댓글

책벌레09 시인님, 올리시는 시들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긴장이 풀려서 바싹 군기 좀 잡았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
Clean숲님의 댓글

시심이 무척 깊으시니
무어라 됏글을 올려야할지
한참을 망서렸습니다
문득 남자는 가슴으로 울고
여자는 눈으로 운다는 싯귀가 생각 납니다
감사 합니다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의 댓글

Clean숲님, 시심처럼 맑으신 분이라 너무 인상적입니다.
고운 시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편한 밤 보내십시오. ^^
김태운.님의 댓글

전체를 보면 소설 같은 시
하나하나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 같은 소설
ㅎㅎ, 혼자 떠벌려보았습니다
괘념치 마시옵소서
그만큼 감동적이라는...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ㅎㅎ 감사합니다.
괘념치 않습니다. ^^
김태운 시인님처럼 멈추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조금씩~~~
잘 주무세요.
한드기님의 댓글

시- 자 닉으로 시작하는 또 다른 분처럼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존 레논의 <이매진>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그는 꿈을 먹고 사는 평화주의자인가?
아니면 이 허망한 세대에 도대체 그딴 노래는 왜 부르는 것일까?
한시도 전쟁은 그치지 않고 평화는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 이 세상에서..
그가 눈물치료를 받았다는 건 첨 알게 되었네요 (요법사의 꼼수는 별개로 하고)
오래 전에 눈물샘이 말라버린 저 같은 것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까닭없이 흐르는 눈물이 늘 궁금했는데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네요
시를 읽으니,
삶이란 치렁한 사연이사
단단이 접어 세월의 난간에다 묶어두고
오늘만이라도 빈 주먹 웅켜쥐고
그의 노래 속에 파묻히고 싶어집니다
Imagine, all the people...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앙보르 시인님,
시앙보르님의 댓글

늘 다소곳이 시작을 즐기시는 한드기 시인님, 시와 잠언록에 부지런하신 안희선 시인님,
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좀 망가져서 긴장이 풀리고나니 또 매진해야죠.
비틀즈 멤버는 '조지 해리슨' 좋아했었는데 앨범 언제 버렸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요즘 비틀즈 들으면 후배들이 콧방귀도 안뀌죠. ^^
이경호님의 댓글

시마을의 지성, 시앙보르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이경호 시인님, 감사합니다.
또 일할 시간이네요.
점심 일찍 먹으면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시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