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잔치, 그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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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잔치, 그리고 그 이후 / 테우리
한동안 시무룩하던 나무들이 너도나도 바람을 피웠나 봅니다
결국 허튼 수작이겠지만 순진한 생각만큼이나 하얗게
하마트면 저 환장한 탄성에 자지러질 뻔했지요
마침내 거리마다 앞 다투며 열렬한 잔치를 벌이고 있네요
좌우로 줄줄이 화사한 면사포에 휩싸인 신부들
봄볕에 번지르르해진 검정 카펫을 밟으며
드나드는 하객들 시커먼 동공이 희끗해졌답니다
그 눈치들 꽃잎 헤아리기 바쁘다네요
(이 말은 다분히 엉터리지만)
저 미칠 것 같은 하얀 몽상들
시작이야 처녀의 순결만큼이나 하옐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초록의 유혹은 절대 녹록치 않을 겁니다
점차 붉어지면서 끝내 새까매질 테니까
사람들 그걸 버찌라 부르지요
보나마나 찌질해졌다며
비바람의 질투도 저 친구들을 가만둘 리 없겠지요
세상을 한참 치닥거리게 만들겠지요
저 벚이 벗의 오독이라 깨우친 순간
아마 정 떨어지고 치를 떠는 문장
곧 비칠 겁니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섬세하며 치밀한 손길을 느낍니다.
부지런한 시인님, 순전한 눈길이 곱습니다. ^^
저는 계속 긴장하는 시는 곧 지쳐서 별로입니다. (제 시가 대부분 그렇지요.)
//사람들 그걸 버찌라 부르지요
보나마나 찌질해졌다며//
이 구절에서 빵 터져봅니다. 긴장이 한순간 풀리면서 시 전체의 맥락에 아주 정이 든다는~~~
마지막 연도 비틀기로는 제맛이라고 나름 생각합니다. 오독은 아니겠지요?
편한 밤 보내세요.
김태운.님의 댓글

에구, 그나마 다행입니다
정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정이 든다 하시니...
무소건 감사입니다
천지가 벚꽃잔치겠습니다만
오늘 아침은 안갯속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