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바위 아랜 눈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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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바위 아랜 눈이 있다
이영균
보문사 눈썹바위 아래는 눈이 있다
눈을 본 사람도 있고 못 본 사람도 있으니
해 질 녘 물드는 그윽한 눈, 마애불
그 빛은 바다에도 있고
바라보는 사람들 눈 속에도 있고
바람과 곧 다가설 어둠에도 있다.
막 도착한 사람에게는 간절하고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멀리 아득한 곳까지
온화한 눈이다
눈썹바위에는 사람들의 염원과 신앙이 뿌리내려
오르내리는 발길 끊임이 없고
발길 닫는 곳마다 열린 마음이 펼쳐져
따뜻한 정이 일고
온정에 슬픔 씻어내는 감음의 눈물이 있다
눈인 마애불은 언제나 깨어있어
좀 늦은 사람에게도
아예 오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언약을 어겨 휴지통에 버려질 사람에게도
그 눈빛 언제나 온화하다
내일을 기약하며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들
천지를 일구고 검붉은 바다에 눕는 눈부신 자비로
어제를 딛고 내일을 잇기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며 돌아간다.
생은 흘러가는 것이어서 흉은 지워지고
선함은 지워져도 이름으로 남아 떠돌다
누군가의 보시로 바위에 새겨지고
그렇게 모두의 눈, 마애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댓글목록
카프카007님의 댓글

좋은시 보고 갑니다
마애불보다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아니 세속의 모든 허물과 번뇌까지도
끌어안고 보듬어서 깨끗히 정화시켜 펼쳐보이시는
시인님의 형안이 느껴집니다
건필하소서!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카프카007 님 제 글을 깊이 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문사 뒤 높은 산 위에 위치한 눈섭바위와 그 밑 눈동자에 위치한 곳에 세겨져 세상을 굽어보는 마애불을 보면서
그곳에 오르는 사람들의 소망이 그 마앱불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 생각을 글로 옮겨 봤습니다.
만사를 살펴 본다는 것, 바로 그것이 자비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