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들의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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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들의 헤게모니 / 테우리
한세월 온누리를 누비며 불사른 건 빨강이야. 들녘에서 이를 지켜보던 파랑이 으름장을 품고 도전장을 내밀었지. 청실홍실은 노랫말에나 있는 거라며 냉혹한 권력의 전철을 밟았던 꽃샘을 불러다 불을 끄겠다며 마구 덤볐지. 사뭇 팽팽하던 긴장도 세월이 약이라고 맥이 풀리는가싶더니 날도 따라 풀리더군. 파란색도 따라 푸르게 바래더니 결국 원색과 변색으로 갈라지면서 저 먼저 꽃피우겠다 난리통일세
호시탐탐 이를 지켜보던 노랑이 초록은 어차피 동색이라며
끝내 희석시켜보겠다며 은근히 벼르고 있다는데
대체 이건 무슨 삑사리지?
멧돼지마냥 막돼먹은 붉은 무리들도 부리나케 불꽃을 피우며 거드름을 피우는데
이도 저도 거들떠보지 않아 속상한 흰색들 미처 꽃도 못 피운 채
어색한 허드레 춤판을 벌이고 있구나
정취를 정치로 혼탁해진 봄날에
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전날 제가 쓴 헤게모니와 일맥상통인지라
염치불구
댓글 올립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거이
아름답게 수놓일 날을 고대해봅니다.
여의도 벚꽃처럼 말이죠.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색과 색을 합치는 일이 어디 그림 그리듯 쉽겠습니까
종교색도 매한가지지만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그 색들을 합치는 것뿐이지요
관심에 감사드리며
그날이 오길 손꼽아봅니다
말씀 중에 힌트를 얻어 제목을 슬쩍 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