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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뻗어가는 쪽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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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03-21 19:56

본문

[시]               가지가 뻗어가는 쪽에는

-----------------------------------------------------------------------

                                               시앙보르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무는

 

삐륏 삐뤼륏 삐륏 삐뤼릿


울음 뿐, 내게 새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나무에게도 귀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햇빛 혹은 냇가 쪽 말고도

제 발등을 쪼으며 말라가는 저 부리를 향해 나아갔던 모양이다

일자로 펴진 달팽이관으로,

귀지가 더께로 내려앉은 옹이로,

불마저 식은 가로등을 더듬으며 나아갔던 모양이다

 

들어주려는 팔은 그러니까 깃털로 이어진 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지의 숙주는 당연 새의 울음이고

새의 숙주는 나무의 여린 귓불

 

나는 가지를 흉내내어 팔을 주욱 펴고서

손 끝으로 입술과 귀를 만져보았다

 

가지에 적셔진 부리 속, 노란 목젖이 새분의 삼 박자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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