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뻗어가는 쪽에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 가지가 뻗어가는 쪽에는
-----------------------------------------------------------------------
시앙보르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무는
삐륏 삐뤼륏 삐륏 삐뤼릿
울음 뿐, 내게 새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나무에게도 귀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햇빛 혹은 냇가 쪽 말고도
제 발등을 쪼으며 말라가는 저 부리를 향해 나아갔던 모양이다
일자로 펴진 달팽이관으로,
귀지가 더께로 내려앉은 옹이로,
불마저 식은 가로등을 더듬으며 나아갔던 모양이다
들어주려는 팔은 그러니까 깃털로 이어진 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지의 숙주는 당연 새의 울음이고
새의 숙주는 나무의 여린 귓불
나는 가지를 흉내내어 팔을 주욱 펴고서
손 끝으로 입술과 귀를 만져보았다
가지에 적셔진 부리 속, 노란 목젖이 새분의 삼 박자로 뛰고 있다
댓글목록
예시인님의 댓글

시상이 참 좋습니다.
가지를 귀로, 보신 것이..신선하고 좋습니다...
감상 잘 하였습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예시인님, 부지런한 시력과 시감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편한 밤 보내세요. ^^;
김태운.님의 댓글

나무를 새로 승화시키며 결국 나로 둔갑시키는 솜씨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흑마술사님의 댓글

마 댓글 달지마라 양아치 색이야 알겠냐?
흑마술사님의 댓글

내가 분명히 댓글로 헛소리 하지말라고 말한거 같은데 또 와서 댓글다네
양아치냐?
시앙보르님의 댓글

'댓글 금지',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