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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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이보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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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구로동 에이스 디지탈밸리에는 모니터와 키보드가 모여 사는 사무실이 있다
그곳은 모든 게 자동이어서 글쟁이가 단어를 입력하면 알아서 소설과 시와 광고문안과 싸구려 찌라시를
프린터 용지로 뱉어낸다 골목, 전신주, 펄럭이다, 새를 입력하면, 청소차는 피곤하다, 를 출력한다,
해, 달, 별, 코스모스를 입력하면, 천문학자는 별을 그리워한다,를 출력한다
안개, 강, 푸른 우듬지, 노을을 쳐넣으면 , 4대강은 눈물을 흘린다,를 쏟아낸다
처마, 된장, 장독대, 그을린 시간을 두드리면, 도둑이 노리는 시간은 미정이다,를 내뱉는다
기도, 입술, 눈빛, 촛불, 십자가를 입력하면, 기도는 지금 송신 중입니다,를 뱉어낸다
낙타, 터번, 대상, 사막을 입력하면, 낙타는 사막으로 목마르다,를 뱉어낸다
나는 수동이어서 목을 적신 다음, 오솔길, 돌미나리, 제비꽃, 방파제, 선잠, 파도를 막아주는
테트라 포드를 입력하고 한참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다 기다림 기다리고 있다 그건 당신도
기다린다는 뜻이다 우린 기싸움 중이다 그래서 긴 밤과 긴 낮을 견뎌야 한다 출력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잡아채서 바로 찢는다, 당신의 병은 아주 깊습, 에서 종이가 찢어진다
나는 다시 입력한다 입력한다 입력을 입력한다 컴파일이 제대로 되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출력물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입력한다 녀석을 미치게 만들지 않으면 아마도 내가 미칠 것이다
입력한다 싱겁고 엉뚱하게 아주 헷갈리게 나는 인간이니까 인간 인간을 입력한다, 개새끼라고 입력한다
개새끼야 너는 결코 이길 수 없어, 메롱, 출력물이 나온다, 출력물이 나온다 섬뜩하다 무섭다 개새끼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누가 그러던데...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원만 내리면 되니까요.
오늘 드디어 센돌이가 그 알고리즘을 파괴했다는 것 아닙니까?
tang님의 댓글

현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힘축이나 힘으로 인한 상황을 구현하는 것은 놀라움입니다
보통의 인간이 현상이 일어나면 무서워하는 것이 통례인 것을 보면 더합니다
게다가 힘축이나 힘으로 인한 상황은 완전 우수체가 되니 말입니다
몽롱을 이겨낸 기계는 아직 없나 보니 인간의 한도 만한 성질인가 봅니다
몽롱을 이겨내는 높은 세상으로의 집념이 기계에도 태동되고 있는 것 같으니
윗세상만 있으면 만땅이라는 것도 젖혀질 때가 된 모양입니다
인간의 한도 높이기에 기계가 어떤 역할을 할 지도 관심거리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시어를 고르는 것도 의도하는 바탕만 설정해주면
컴시인이 알아서 척척
색칠하고 리듬을 고른답니다
심사도 컴이 알아서 척척
사람은 무ㅓ랄까
마자요 스위치만 켜고 끄면 된다
차암 좋겟네요
시앙보르님의 댓글

휴일이라 간만에 시인 네루다 영화 한편 때렸습니다.
'일 포스티노 Il.Postino.1994' 유머스럽고 좋던데 너무 늦게 안 영화입니다.
...
저는 인간의 지성보다 예술적인 감성과 힘을 신뢰합니다.
하지만 IT분야의 '특이점'과 '빅데이타' 추세를 보면 훗날 또 다른 창작 쟝르를 형성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어차피 여기서는 '시'를 쓸 뿐 전망과 추세는 예외라고 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를 빕니다.
예시인님의 댓글

예술가들은 오감 외에 감이 하나 더 있다 생각합니다. 시대를 분석하고 예지하는 능력, 그런 면에서
시인의 감은 더 예리하지 않을까...
요즘 알파고라는 컴과 바둑 고수의 게임에 대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 뉴스도 읽지 않고 듣기만 하였지요. 지난 번에 바둑 왕이 컴에 져서 제 남편도 흥분을 하더라고요..마치 자기가 진 것처럼, 꼭, 축구 경기 보는 것처럼,
동일시 되는 것이지요. 근데,,오늘인가?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그럼 그렇지,,아직은 사람이지,,역시 동일시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소름이 돟습니다.....공상영화가 실제가 되어가는...작가들의 예측, 혹은 예지...
시인은 세상의 파숫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안테나를 높이 세워서 지금 인류를 위협하는 것들이 무엇인가,,그 보이지 않는 적들을 감지하여,,빨간 신호를 울리는 것이지요...
아직은 '스위치만 켜고 끄면 되는' 시간이지만,,,,,,,,얼마든지 자동충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문명은 구축되어 있지요..
잠깐 오늘의 생각을 풀어 놓았습니다 ㅋ.ㅋ. .....젊은 감각의 색다른 글이 좋습니다..감상 잘 하였습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사이보그 시인에서 많은것이 스치는 현실입니다
시인이 아닌 인공지능이 고뇌하는
먼 미래를 생각 하면 소름이 돋아오름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하는 또다른 시를 창조할거라 생각 합니다
인공지능도 사람에의해 태어난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감사 합니다
목헌님의 댓글

전원도 ...키보드를 치는 것은 사람인지라 어떤 글을 입력하는 것에 따라 답이 나오리라 봅니다만,
인공지능 역시 감정이 없는 무뢰한이 될 수 밖에 없는 .....
이성의 인간이여 영원하라..ㅎㅎ
한드기님의 댓글

구로동 디지탈밸리
한 십년 전만 하더라도 일이 있어 자주 드나들던 곳입니다.
거침없는 사유에
섬뜩합니다. ㅎ
잘 감상하였습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창작용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지요.
표절 프로그램과 표절을 체크하는 프로그램도 그렇고요.
문제는, 정보화 산업이 기존 직업을 대체할 만큼 일자리를 창출하면 좋은데
점점 힘들어진다고 봅니다. 인간소외가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그런 자들에게 시인은 위로자로서 가장 절실한 존재일 텐데, 문제는
오히려 바쁘고 힘든 아웃사이더들이 책이나 미디어와 멀어진다는 현실입니다.
스마트폰의 시계처럼 한편의 시라도 선택적으로 팝업되게 해서 제공해준다면
좋겠네요. 기계화가 진행될 수록 시인의 역할, 책임 또한 그만치 커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