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에 光을 내다.<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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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에 光을 내다/ 수크령
열려진 창틈으로
불쑥 봄기운이 머리를 들이민다.
바람 타는 햇살이 안 나가냐고 호들갑 피운다.
옆집 네는 일본 갔다 왔다는데
옆지기의 목소리가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탈바꿈 한다.
콧바람 쐬러 가야 할 때다.
쳐 박혀 있던 먼지들도 덩달아 구경간다고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방구석에서 눈 흘기고 있던 큰 딸년도 코빼기 내민다.
둘째는 학원 재낄 생각에 입이 귀에 달리고
막내 놈은 벌써 신발장에 있는 내 구두를 꺼내 논다.
먼지가 뽀얗다.
몸은 축축 쳐지고 지갑은 달랑달랑하고
다음 달 학원비는 어쩌지
그래 뭐 어떻게 되겠지
봄바람으로 구두에 광을 내야 할 때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소박한 서민의 레이아웃이 짠합니다.
크롬 도금처럼 번쩍이는 시들이 많지만, 정서는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울림을 끌고온다는 생각입니다.
내내 행복하시길 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