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혹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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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혹은 진보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새벽 일 나가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질리지 않는 보수를 도배한 조간신문을 대강 훑어본다
버스 안 시끌벅적한 뉴스가 들려오면 금세 진보주의자가 된다
버스는 급정거하고 한 축이 무너질 때마다 치우쳐버린 허리
우지끈 左로 튼다
어떻게 쟁취했는가, 종각역 최루탄 벚꽃 분분하던 거리
홀로 투사가 된다
앙칼진 독선에 돌멩이를 투척한다
텃밭 그물에 갇힌 새끼 고라니 철저한 고립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옛날식 자장면을 먹으며 진보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저녁 무렵 천재시인이 생각난다 당장 청기와를 때려 부수고 싶은 진보주의자
해독할 수 없는 음어들, 한 점 감흥도 없이 여전히 독불장군을 경멸한다
문득 빈 털털이들이 모여 혁명을 꿈꾸던 역전앞
세느강이 구정물처럼 흐르고 투사와 창녀들이 뒤엉켜 순댓국으로 허기를 달래던
인사동 길, 구두 뒤축 같은 나는 서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느 여류시인의 시를 핥아 먹으며 점점 중도로 쏠린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적하는 연속극을 보며
마누라가 반전의 웃음을 짓고 있다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옛날식 자장면을 먹으며 진보의 징검다리를 건"너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정민기 시인님
보수였다가 진보였다가 중도였다가 ,,,,,ㅎ
헷갈리기만 합니다
봄입니다 늘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