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나비의 귀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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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나비의 귀향
이포
폭풍 겪고 난 들녘
나비 되어 날아오를 때
아직 남은 꽃들
차가운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이 땅의 뿌리에서 잘려나가
아직 꽃망울인
허공, 여러 갈래의 꽃실로
전장에서 겨우 목숨 줄
연명해야만 한
야수들의 욕정 아래
산산이 허물어져 내린 정신 줄
그때마다 육신의 명줄 한 가닥씩
옹이 남기며
끊어져 간
꽃실 다 끊어지면
꽃대의 끝은 나비로 변하여
훨훨 날아올랐으니
그 어떠한 잔혹함도 꽃들을
완전히 짓밟지는 못했다
이젠 제 허물 훌훌 벗고
흙에 남겨진 뿌리 찾아가
그 흙에 안기려무나
흉한 상처의 흔적들
영원히 이 땅 벽화로 남을
흰나비 되어 날아오르는
그녀들 안타까워
산처럼 커 가는 분노에
뿌리 도려내고 싶은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짐승이다
* 삼일절에 즐음하여
1943년 일본의 잔혹함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를 추모합니다
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나비와 출타를 하셨네요.
모시나비가 언뜻 기억이 안 나서 찾아봤습니다.
날개가 투명한 나비군요.
나비처럼 가뿐한 하루 되셈용^^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오랜만이네요.
님의 좋은 글 <정리해고> 잘 보았습니다.
어제는 삼일절을 맞아 오랜만에 <귀향>이란 영화를 한 편 때렸는데
너무 슬퍼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위안부로 끌려가 비참하게 죽어간 영혼을 불러내는 굿 진혼제(귀향제)로
망령들이 나비가 되어 투명하게 날아나는 것을 보며
울분을 한 수 적지 않을 수가 없어서
모시(망령에 비유)나비를 썼습니다.
일본의 침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세기며
다시는 그런 수탈 용납하지 않겠다.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