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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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들어앉은 추위와 함께
시커먼 연탄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겨울을 나는데
고향 친구가 무릎이 나온 추리닝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당분간 늦잠을 즐기려고
오래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씩 웃네요
때마침 새 탄을 얹는데 아마 연탄은
덜 탔는데도 자신을 빼버리는 집게가 야속했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 닭의 수명보다 통닭집의 마진에 대하여
연탄보다 뜨거운 대화를 나누다간
한숨 같은 굴뚝 연기를 보며 헤어졌지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버텨오던 연탄
깡으로 버틴 압축은 흙처럼 부서지고
숭숭 뚫린 가슴으로 스미는 찬바람에
핏발 선 눈빛도 점점 사그라지겠지요
옹기종기 마당귀에 쌓인 겨울이 떠나려네요
작은 무덤 같은 저 위로
친구가 사는 골목으로
신혼 같은 새봄이 곧 올듯합니다
댓글목록
채송화님의 댓글

친구분이 영식이랑 친구인 모양입니다.
고놈도 꼬옥 츄리닝 입고 다닌다니까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가끔은 직장인이 부럽다가도
청천벽력의 실직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물론 알아서 살아가겠지만...
근데 자영업은 월말에 십 년씩 늙어요.
오영록님의 댓글

그러게요.. 그 연탄 갈아야 하는 타이밍// 늦으면 불이 꺼지고 이르면
타던 연탄 아깝고 //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산업전선~~에고
어찌보면 뒷방으로 가야 새연탄이활활 탈 것도 같고 아직은
팔뚝이 굵어보이기도 하고~~ 정답은 모르고~~마음은 시리고 하네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시는 되기 힘든 글 같고 보여드릴 것은 없고
버리기는 뭣하고 고육지책으로 들고 와 봤습니다.
진중한 감상평에 고마움을 드립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새끼줄 끼어 양쪽 손에 연탄 두 장씩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배도 안 부르고 사망하게 되는 그모무 연탄 가스는 쥐구멍 때문이었지요.
이경호님, 친구와 더불어 연탄불보다 더 따뜻하게 꽃샘 추위도 물리치시기 바랍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졸시에 따뜻한 격려, 훈훈한 감사를 느낍니다.
통영은 완연한 봄이겠지요?
현탁님의 댓글

신혼 때 처음 연탄 갈던 생각이 나네요 그 놈 연탄은 왜 그리 잘 꺼지는지 퇴근하고 오면 늘 찬 방이였지요
저녁 마다 번개탄을 피웠던 기억
찬 방에서 엄마가 농사지어 해주신 목화솜 이불 속에서 돌돌말고 자던 기억도...........하하하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탁이횽! 왜이리 올만에 오심?
좀 늦었지만 우수작 선정 행사에서 다량의 가작당선을 축하합니다,형!
현탁님의 댓글의 댓글

우수작도 아니고 가작인걸요............ㅎ
무슨 축하를 해요 사무실도 집도 일이 있었어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가작佳作 ; 예술 작품 따위의 대회에서, 당선작은 아니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 작품
김태운.님의 댓글

친구의 핏발 선 눈빛에 참시 머물다 갑니다
곧 하예지길, 그 바탕에 빛나는 초롱을 달고
글향이 참 좋네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졸시에 흔적도 남겨주시고...
새봄 댁내에 만운이 깃드시길 빕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가시미 아리는 현실
모든 실직자들에게
정말 신혼같은 새 봄을 고대해봅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한드기님, 하시는 사업 번창하세요^^
최경순s님의 댓글

친구의 능청스런 연기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쟁기동 출신 친구가 20년만에 억지퇴직 당해서 마음이 영 그렇네요.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가까운데 사시면 오세요.
둘이서 친절히 부ㄹ 탁 쳐드릴께요.
최경순s님의 댓글

쟁기동 출신?
개 잡아 먹던 민준
개 잡아 먹던 덕배는 발개미
소 부 ㄹ 까기 전문 수정사 세호
소 키워 잡아 먹던 형구
IQ 높으신 진열...
아아 영식이두 있군요! ㅋ
이 중에 누규? ㅋㅋ
연락주시면 가서 꼬장 부릴 순 있는데염
건필하세욤,
시엘06님의 댓글

이경호 님 시는 잔잔하게 감동이 밀려옵니다.
야단스럽지 않은데 곱씹을수록 맛이 더하고 빛깔이 나네요.
일상을 찬찬히 따뜻하게, 투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다면 이렇게 진한 글이 나올 수 없겠죠.
가만히 볼에다 대고 그 온기를 느끼고 싶은 글입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킥킥... 아니 무슨...
저의 시엘 곤욕스러운 과대평가를 해주시고...히히
인디고님의 댓글

등단 시인들 시라고 유명 시인들 시라고 사실 좋은 시 별로 없습니다 시집 한권에 이게 시다 싶은 시 다섯이면 좋은 시집이죠 경호님은 위의 시 같은 시를 본인은 어찌 생각하실는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위의 시에 경호님 고유의 색깔이 묻어 있습니다 자기의 색깔을 갖기란 일류 문예지나 신춘문예 당선자들도 부러워 하는 무기지요 사실 자기 색깔이 없으면 사상누각이죠 금방 무너지고 맙니다 색깔만 있다면 까짓 허울 무시해도 됩니다 독자는 그걸 시인들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판단하는 겁니다 그러니 이상한 시류에 휩쓸려 색깔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아니...ㅎㅎ 한참 뒤로 밀린 글에 댓글을 주시면 잘 못 찾지요. 진심 어린 조언에 큰 고마움을 드립니다. 아직 필력이 안정되지 못해서 갈팡질팡합니다. 쓰다 보면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바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인디고님 편편이 놓아주시는 시는 참 감동적이던데요. 하시는 일도 매진하시고 좋은 시도 많이 보여주십시오. 적게 쓰더라도 제대로 쓰라는 말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나날들 되시길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