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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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같은 밤
늦은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자의 고함소리
만취하여 살가움을 그리워하며 살아난 불만들이
제 세상인 냥 집집마다 창을 두드리면서
인상 찡그린 얼굴들이 등달아 야 조용히 해라 씨발놈아
고함친다, 지독하게 시끄러운 밤이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조용함에서 멀어진
불편한 밤의 시간 공유자다
밤을 잊어버린 숙면의 달동네 허리
팽이처럼 어제도 오늘도 복습하는 고성방가
그 시간 어김없이 고함의 실체가 까발려지고 있다
잠시 밀봉되는 종이봉투에 묻은 물방울 같은 위태로움과
매번 쓰다듬어도 비집고 솟아나는 일수 돈 이자는
그 고함소리의 주인공이자 반항하려고 하는
힘겨운 혼자만의 민주화 운동처럼 위태위태
그가 비워낸 소주병 안은 늘 고함소리로 채웠다
그 남자도 자신이 이렇게 고성을 울리며 살기 싫었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쪼그라드는 것 같은 집 앞 골목을
일 년을 하루같이 오고 가면서 어금니 악물고 살았던 것이다
고향을 등지고 도시에서 먹고 살기 위해 질러대던 목소리
그날부터 아랫배 깊은 곳에서 뽑아낸 소리들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자신의 목소리 기억이나 해 낼 수 있을까
질러대고 또 질러대었지만 지금 그를 안쓰럽게 기억해주는
벽에서 반사되는 소리조차 그 남자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누가 어떻게 그 고함소라를 잠재울 수 있는지
어떤 밤들이 그 남자의 고함소리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그 남자도 밤마다 이렇게 고함치고 싶지 않을게다
세상의 이방인처럼 겉돌다가 질러본 소리는 일정한 레퍼토리
되받아 치고 싶은 울대의 흔들림을 참으며 하늘을 보니
크고 작은 별들이 취하여 반짝이며 소리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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