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그날의 일기 / 테우리
배앓이 뒤틀리고 골통이 들쑤시고 그도 그럴 것이 밤새 알코올에 절였는데도 풀리기는커녕 엎친 데 덮친 꼬라지 안쓰러운 직립의 영혼이 외출에 무관심한 이불에 종일 저당 잡힌 채 낮도 밤인 양 음습한 곳을 달팽이처럼 꾸물거리던 날의 초췌한 일기다
귀가 멀어지는지 홀로 이명의 소리를 삼키던 까마귀 한동안 까칠한 소리는 물론 소리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 뜨내기조차 까마득해서 오리무중이었다 그때가 아마 요망한 갱년이었을까 냉큼 붉어진 하늘이 떠민 창밖 까치가 기웃거렸다
흘러간 청춘과 더불어 이미 흘려버렸어야할 사막의 선인장 같은 소리 거센소리와 된소리 그 의성擬聲의 가시 돋친 두 마디가 전부였던 그 날, 한 마디는 주름진 모가지 주위를 식칼처럼 휘두르고 다른 한 마디는 흐리멍덩한 대갈의 정수리를 까마귀주둥이로 머뭇거리다 꿀꺽 식도를 뚫고 비위를 거스르더니 마침내 오장육부를 휘저었다
때마침 잦아진 소리 맞부딪치는 소리 바가지 깨는 소리 마빡 터지는 소리 컥컥 멱살 잡힌 소리에 씹히다 깍깍 멱살 잡은 소리를 내뱉다 이미 흑과 백으로 금이 간 안팎의 경계가 그 소리들 발악에 휩쓸려 더욱 견고해져버리던 그날은
아마도 새까만 세월과 희끗한 세상이 풍장을 치르던 날이었다
펄펄 하얗게 봉분을 쌓던
뻘뻘 식은 땀으로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아우 시인님!!
그날은 내가 못하는 노래 중 젤 좋아하는 그날인데......
들으니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생각 하네요
그날의 일기를 자알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언제나 그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백송으로 독야 청청
보기 좋은 변심없는 일기에 한표 올리고 갑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휴일 되시옵소서
아우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늘 변함없이 찾아주시는 발걸음에 항상 고마음을 느낍니다
오늘도 고운 맘 잃지 마시고
행복한 나날 지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