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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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앓는다
병원 오가는 길
녹슨 부품들이 삐걱거린다
열 아홉 딸아이 얼굴에 핀 열꽃처럼
내시경으로 들여다 본 내 안에
냉가슴 앓는 꽃이 피었다
한 움큼의 알약을 털어 넣으며
쓰라린 속을 달랜다
나, 한때 붉은 꽃이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 지닌 꽃
꽃망울 터뜨리며 앓던 적 있다
살을 찢어 잎을 내미는
나무의 입술이 파랗다
꽃 진 자리
정정한 귀와 작은 혀로
내게 무언의 말을 건네고 있다
아픔도 꽃이라고
사람에게만 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일 거라고
댓글목록
誕无님의 댓글

제목도 신선하고요.
아픔을 잘 절제해서 승화시킨 마지막 연도 보기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히 지내십시오.
은린님의 댓글

법문같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탄무님도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