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을 버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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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을 버리는 밤
저녁엔 붉은 가슴을 지붕에 걸어둔다. 핏빛 서쪽은 부활하고 돌멩이에, 나무토막에, 담벼락에 기댄 정령들은 사라진다.
초인종 누르고 안부 물으러 온 증인과 지하철에서 哭婢 몰고 가는 소리에 잠겨 당산나무도 귀곡산장도 잠드는 밤.
거미가 칡넝쿨 끌어내린 밤하늘은 희다. 뭍 겨레가 대낮의 낭독문을 들고 목청 쇠도록 갈구하나니 귀신들은 처마에 매달려 기웃거린다. 대들보에 목을 건 눈알도 비친다.
사막은 풍토병 모래를 쌓아 피아골 짓고 목 잘린 비명은 검은 기름 퍼 올리고 카라반이 끄는 무덤들.
사슴 화관 꺾은 피로 입술 적시고 너럭바위는 게송을 게워낼 것인데 버스로 실어나른 어둠의 자식들은 참회의 혀를 문틈에 바르며 요정처럼 맑아질 것인데 산신령은 호랑이 데리고 마을 한 바퀴 피비린내 거둬갈 것인데 어쩌자고
붉은 마음은 번지는가. 작두 위에 발바닥 버리는 밤은 오는가. 산은 지혜롭고 강물엔 유속이 다른 재물이 범람하나니 산을 등지고 강물에 발을 적셔 번창하라.
어느 적벽엔 이교도의 모가지가 쌓인다. 돼지우리 안에서 짓이겨진 은혜는 원래 무색무취였으나 소마구 들락거리는 자비의 뼈는 뭉개졌으나 똥간 구더기들처럼 신들의 주사위는 굴러왔으니 꾸무럭거리는 향랑에 취하라.
늑골에 사는 샤먼을 버리고 안채 아랫목에 가엾고 늙은 토템을 앉히느니 목책은 무너지고 양떼구름이 산등성이로 번진다.
별빛이여, 사망의 골짜기 흘러온
오랜 유랑이여,
死者의 書에 경배하라.
별 똥끝 잘라 마늘과 쑥을 들고 동굴로 들어가 다시 곰으로 돌아가리라. 천 년 동안 괴괴한 밤, 압생트에 취한 눈으로 人骨을 깎아
두발짐승 멸종기 암각화, 새기며 청정케 하라.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거미양의 유서
최 금 진
그 거미가 독신이었다는 사실이 인터넷 뉴스에 그물처럼 뻗어나갔다
단풍잎을 머리에 꽂은 깨진 보도블록 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 거미는 시체애호증이 있었다고 했지만
파먹고 버린 추억 속에서
수박 같은 머리통들이 굴러다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죽음과 기꺼이 동침하고 껴안는 자세야말로 이 시대 종교인의 모범이 아니겠냐며
다소 황당한 진술의 대머리 목회자 잠자리 씨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자꾸 부르르 날개를 떨었다
불법으로 관절 치료를 하는 골목길 안마사 노래기 씨에 따르면
그 거미는 항상 운동 부족이었으며 자신의 틀에 박힌 우울한 사고가
마침내 오늘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그 거미가 베란다에 목을 매고 죽은 채 발견된 건 어제 저녁의 일
빈방에 혼자 앉아 마지막까지 정규방송을 시청했을 거미의 유서는 다음과 같다
매일 그물을 깁는 어부를 생각했어요. 바다로 가라앉을 낡은 배에게도
여행의 자유는 있지 않겠어요. 어부의 불행이 어부의 성실함 때문은 아니잖아요.
그래요, 그물을 늘 품에 넣고 다녔어요.
아직 건져 올릴 사랑이 제게 남아 있다면 이렇게 외로울 리가 없어요.
나를 향해 그물을 던질 시간이에요. 잘 있어요.
거미의 유서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타고 거미줄처럼 뻗어나가자
이를 미리 차단하지 못한 일부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서둘러 공개 성명서를 냈다
거미 양의 자살에 애도를 보내며...
거미 양 관련 기사는 일부 여행자들의 자살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 차단키로...
`
활연님의 댓글

감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가진 생각과 소회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 10분께 별세했다. 향년 75세.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경제학자인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년 20일을 복역하다가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그는 1998년 사면복권됐다.
그가 사면복권된 날 나온 책이 바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특별석방되기까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영복체'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유명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를 사용해 높은 판매기록을 올리자 한동안 기업 광고나 건물 현판을 그의 글씨체로 제작하는 것이 유행했다.
신 교수는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 출간됐으며 이 책이 나오면서 신 교수의 투병 소식이 공개됐다.
25년동안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의 수형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감옥은 대학'이라며 교도소에서 보낸 20년 세월은 실수와 방황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배움과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했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
권혜진 한혜원 기자
誕无님의 댓글

어제 늦은 시각에 두세 번 읽어보았고,
알람은 아침에 맞춰 놓았는데....
새벽에 조용할 때 공부하라고 저절로 눈이 뜨여.....
지금 이 시각 다른 공부 하다 잠시 쉬어가면서....
천천히 다시 함 읽어보았습니다.
1연,1행의
/ 저녁엔 붉은 가슴을 지붕에 걸어둔다.
/ 핏빛 서쪽은 부활하고 돌멩이에, 나무토막에, 담벼락에 기댄 정령들은 사라진다./의 표현법과
6연의 / 붉은 마음은 번지는가. 작두 위에 발바닥 버리는 밤은 오는가./하는 이 구절이 제 눈에
뜻깊게 잘 읽힙니다.
그리고 또한 이 구절입니다.
/ 늑골에 사는 샤먼을 버리고 안채 아랫목에 가엾고 늙은 토템을 앉히느니
/ 목책은 무너지고 양떼구름이 산등성이로 번진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어릴 적 엄마 같던 외할머니는 장독대에 정화수 올려놓고 별을 향해 달을 향해 빌었는데요. 뭘 그리 치성을 드리냐니까 우리 손주 잘 되라고 빌었다고 꼭 '차카게 살라'고 하시더군요. 그땐 콧방귀 푹푹 뀌었는데 이젠 저도 토테미즘은 믿습니다. 개를 신처럼 믿으며 저의 악행과 무지한 잘못에 반성을 하며 삽니다. '개를 신처럼...' 줄이면 개신교가 되나요? 보신탕 집으로 갈뻔한 녀석들을 끌어안고 살지만 저들의 생태를 보면 어느 날 문득, 불현듯 느닷없이 개를 숭상시 해도 될 정도로 매력적이다 싶더라고요. 인간이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것인지, 털이 없어서 인지 저와 다른 모습의 개체를 볼 땐 평안해지는 무엇인가 있긴 합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히히
활연님의 댓글

세상엔 종교적 갈등보다 지독한 것은 없겠지요. 종교도 사실 검은 기름(석유)와 연관이 있을 터인데
기름 바름 입술로 선악을 따지는 일이 허다하지요.
한국에는 '개를 신처럼...' 줄여서 개독교라는 오명이 생겨나기도 하는데, 멍박이의 업적일 것입니다.
종교와 정치가 결탁해서 약자를 더 약자이게 하고, 구걸행려자로 만들고, 꼬우면 돈 벌라 해, 강남에
가면 그 높디높은 사랑의 교회가 있고, 양치기 소년은 몹시도 극우적이고,
목사가 낙타구멍으로 바늘을 넣을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드문 종교를
많이 가지고 있지요. 지구상엔 수만가지 종교가 있지만, 진정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힘든 자를 부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기괴한 성장을 롤모델로 하니까,
성소가 아니라, 가진 자들의 소도가 된 경우가 허다.
돌중들도 말할 것 없고,
수많은 신앙의 외피들이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
그러나,
진실한 믿음과 올바른 성도와 참 목회자나 성직자는 있지요. 몇 마리 자본과 더러운 욕망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들이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것이지만,
가난한 개척교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용한 도량으로 돌아가 사람과 삶을 성찰하지 못하고
그런 유파들, 그런 죄악들
은 아주 작은 단면이겠지만...
우리 엄니들이 정화수 떠놓고 두 손 비비던 간절한 마음이 우주에 닿아
지상도 좀 환해지기를. 목을 잘라대는 派들의
신권들의 만행도 좀 그치기를.............................신념이 발작하면 무서운 세상, 다만 타자의 것을
그냥, 이단이다 밟지 말고, 틀렸다 해도 하늘나라 가서 심판 받을 것.
정신머리 없이, 사천으로 빠졌습니다. 침소봉대해서, 지구 멸망을 읊었네요.
보신탕 집으로 가는 개를 보듬는 마음이
신성한 종교일 것입니다. 저는 종교적 편견은 안 가지려 노력하는데, 만행을 저질렀네요.
저는 세상 모든 종교를 믿습니다. 그 신성한 가치를,
달의지구님의 댓글

꽃나무 하나를 뽑았을 뿐인데...
그런 날엔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다는...
그런 시가 그리운 날입니다.
명연설 같은 시!
활연님의 댓글

시인은 웅변가 아니었나요, 아님 말고.
연설 연습해서 모두 국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