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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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수묵화
하얗게 함박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창공이 언듯언듯 푸른 얼굴을 내민다
산야를 지나온 북풍은 힘이 실리지 않고
겨울은 오늘도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버드나무 숲가지 사이 저수지 위에
겨울 철새들이 무리지어
물결따라 첨벙첨벙 자맥질을 한다
먹고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어디에도 없고
물스며들 듯 시간은 은밀히 흐르고 있다
어렴픗이 봄이라 여기고 싶은
겨울 보리밭 이랑사이 장꿩이
경계를 느슨히 하고 열심히 배를 채우는데
파릇파릇 웃자란 보리잎새에
농부들의 희망이 간절히 맺혀있다
계급장 떨구어 낸 나목들이
긴 침묵의 겨울에 길들어 지고
여린 가지에 걸쳐있던 하루 햇살이
시간에 밀려 서쪽으로 가고 나면
동지 섣달 짧은 해는
침묵보다 더 무거운 어두운 장막을 드리운다
겹겹이 싸늘한 빛 잃은 들녘엔
아무도 찾지않는 하늘 위 정거장
별도 머물다 지나고 달도 머물다 지나고 있다
서둘러 화폭을 접으려 하는데
난데없는 꼬리별이 번쩍 정신을 깨운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활공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시인님!
비단 실을 만지는듯 겨울 수목화에 빠져 버렸습니다
곱게 손질한 정원처럼 단아하고 아름다운 시심 그리고 시향......
멋져 버려요 ......
자알 감상 하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휴일 되시옵소서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