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3>멀어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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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것들/수류 손성태
편지를 쓰고 싶다 카톡대신
푸른 편지지에 만년필로
들키지 않을 까만 그리움을 꼭꼭 붙이고 싶다
그대 눈에 비치는 내 사랑은 달려온 거리만큼 늙어 있겠지만
사나흘이 지나고 또 사나흘이 지나서 내게 온
안부는 젊어, 젊어 있어서 내 기다림도 절로 젊어지는
푸른 편지를 밤새워 쓰고 싶다 카톡 대신
멀어지는 것들은 죄다 그리운 것
그리움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가까이서 곤두박질 치거나 앙탈을 부리는 연鳶이
푸른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살랑일 즈음
못내 겨운 편지를 연줄에 띄워 보내는 동지섣달의 찬바람은
양볼 빠알갛게 시린 절창인게다
그러니 그대여
그리움이 없는 카톡을 기다리지 말라
소리의 그물에 파닥이는 전화를 그리워하지 말라
사나흘 전의 그대를 만나고
사나흘 전 사나흘 간의 그리움이 채곡채곡 배여있는
온전히 푸른 편지를 푸른 하늘에서 받아도 좋은
까마득한 기다림이어도 좋다
온전히 그리운 것은 온전히 멀어지는 것 아닌가
푸른 편지지 위에 까만 그리움을 사나흘 후에,
쓰기로 한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까똑까똑 징그러울 때가 있지요. 우리는 자주
신호를 주고 받지만, 그도 간단하게 이모티콘으로
대략 소통 말통하지만,
편지지에 쓰는 편지란,
한밤이라서인지, 이미지3으로 다들 회상적입니다.
그 편지, 아름다운 손에 전달되겠습니다.
손성태님의 댓글

동피랑은 만나 보셨는지요?
동피랑 시인은 못보고 혹여 동피랑만 보고온 것은 아닌지요 ㅋ
활연 시인님의 댓글이 참 편안합니다.
참.. 제게 있어 '시인'은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시를 쓰는 사람'을 뜻합니다.
새벽녘의 첫 안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