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冷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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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냉기를 한참 산란중인 겨울
스펀지처럼 피부를 스미는 냉기
받아들이기엔 피부가 창백해진다
겨울바람도 툭 치고 지나가면 깜짝 놀라는 목덜미
냉기의 생김새는 날카로울 거야
손가락마다 칼날을 세우고 있어보였어
그렇지 않고서야 피부가 쓰라릴 이유가 없거든
몸에 한 번 걸쳐 보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냉기
냉기의 맨살이 닿으면 비명을 지르는 몸
붙들면 붙들수록 몸은 높은 음표를 토해낸다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냉기는 더 내성적이야
냉기의 속사정을 들어주기엔 몸이 움츠리고 있어
박하사탕을 닮은 냉기
수줍어하는 냉기의 표정은 무표정
몸은 냉기의 흐느낌을 달래주고 싶었어
소매 속으로 바지 속으로 파고드는 냉기의 엉큼함
한번쯤은 냉기의 치마를 들춰보고 싶었어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아 보였어
그러면서도 온몸을 애무하는 능구렁이 였어
냉기는 탐욕을 즐기는 습관을 지닌 것 같아 보였어
냉기를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따듯해
어쩌면 따듯한 품이 그리워 다가오는 것일거야
냉기의 애정행위를 적당히 받아주기로 했어
자꾸 냉기의 내성적 성격이 수상해.
댓글목록
시엘06님의 댓글

참 신선한 글입니다!
독특한 활유법이라고 해야할까? 촉각에 생명을 불어넣고
이리저리 사유를 전개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멋집니다. 휴일 저녁, 좋은 시 한편 읽고 갑니다. 시인님 ^^
이장희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시인님.
칭찬을 받으니 기쁘네요.
오래 전에 써 놓고 추운날만 기다렸어요.
퇴고도 힘들었던 글입니다. 지금도 퇴고를 해야 되지만...
글을 만든다는 것 참 힘드네요.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으렵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시엘06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