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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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번뇌
김영선
노승은,
세속으로 나가
여인네 한테 눈 멀어 죄 짓고 돌아와서는
사랑을 욕하며 미친개처럼 분개 하는 제자의 몸뚱이를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팼다
서릿발처럼 뜨거운 몽둥이 밑에 식식거리는 몸뚱이를 들이밀고 앉은 제자는
사랑만 아니라면, 다만 사랑만 아니라면
세상의 그 어떤 무력에도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듯
두 눈을 닫아 건 채 눈물만 흘렸다*
사랑,
그거,
용서도 아니고 이해도 아니고
몸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무량전에서도 다 모르는 바닥에서 펄펄 끓다
환장해서 넘치고 마는
망할놈의 죽 한사발
그렇다 사내여!
사랑보다 더 아픈 폭력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보다 더 대책없는 절망이 어디 있겠는가
울어도 된다,
그대의 삼천대천 세계를 단숨에 박살 내버리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려던
그 형형한 눈빛을 멀게한 폭력 앞에서라면
겨울 벌판 아름드리 고목보다 더 처절하게 울다가
맨바닥으로 다시 무너져내려도 된다
너무 아픈 사랑이 사랑이 아닐리가 없다*
*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끌어옴
* 류근 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서 인용
댓글목록
윤희승님의 댓글

으, 聖폭력당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하시네
활연님의 댓글

영화가 끌리긴 했는데 저는 안 보았습니다.
류근 시인은 사업에 성공해서 돈 벌고 방송 출연하고 뭐 바쁘지만 시집 잘 안 보내니까 그 시들 처녀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노래 참 참.
두 뼈로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사랑은 상당히 이론적이닷, 아니다 잘 모르겠다.
저는 "나쁜 남자"(Bad Guy, 2001, 김기덕)에서 처절한 그런 것이 느껴지더군요.
최민식 나오는 "파이란"(Failan, 2001, 송해성)도 그랬던 것 같고
영화도 노래도 모티브가 되겠지요. 시를 먹이는 양식.
잘 감상했습니다.
박성우님의 댓글

그리고.... 다시 봄으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그 뜨겁던 여름 다 보내고.....가을, 겨울 지나
다시 봄이라니.......
아 무서워라~~
고현로님의 댓글

망할놈의 죽 한사발....
죽....죽 한 그룻.
죽은, 시인의 사회이지 말입니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말이죠.
따뜻한 죽 한 그릇 드시고 건필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