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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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器
일렁이는 불꽃은 네 손짓이던가. 화장터 안에 맴도는 염불소리는 네가 남긴 격정이던가.
난 홧김을 견디려 어금니를 꽉 깨문다. 불꽃은 적막을 닮았다. 가끔 탁, 탁 파열음이 터지
는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작열을 견디며 살아야하는 토기인가.
가난이란 이유로 한 때 널 버리고 달아난 저 여인이 운다. 다리 풀린 채 네가 태어난 아궁
이를 붙잡고 오열에 타고 있었다. 마치 걷잡을 수 없어 찢어지는 불길 같이. 너는 뿌리 내
리지 못한 불씨를 안고 살다 흘러가는 세월처럼 미련 없이 돌아섰나. 가로등 불빛 아래
애타던 그림자를 닮아 애달픈 젊은 연가만 남기고 가는 거야.
버티지 못해 차라리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가. 걷잡을 수 없는 작열감을 견딜 수 없어 차
라리 다시 아궁이로 돌아가는가. 나는 아니 보내자니, 너는 세월처럼 돌아서 가로등 불빛
아래 애타던 그림자 무늬를 찍은 애달픈 젊은 연가만 남기고 가는 거야.
댓글목록
안세빈님의 댓글

성은 베 이름은 일남! 님^^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뭐가 이리 슬퍼?
간만에 오셔서 창작방을 눈물로 펄펄 끓이시네요.
2015년 마무리 잘 하시구요.
2016년은 뵐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왠지 하게 됩니다.^^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이런-! 울리고 싶은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데 안세빈님께서 오셔서 대신 우시네.
좋은 글들 많은데 어째 우중충한 글을 보러 오셨스까.
제 글이 원래 다 우중충한디,
반가운 문상객이라고 생각하고 차린 건 없지만 문장 한 접시 호로록하고 가셔요.
bachelard님의 댓글

무덤은 엎어놓은 그릇 맞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신이 적당히 구운 황인종이지만 적당히 살 수는 없겠지요.
우리는 한때 노래였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뼈에서 터지는 파열음 같은 시네요.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아고, 원본에는 엎어놓은 그릇까지 표현했는데 이거 1차 퇴고에서 사라졌네요.
어찌 넣어볼까 했는데 머리 쓰는 쪽에는 약해서리, 어찌어찌 써내려 갔답니다.
여튼 말 타고 활 쏘고는 영 재주는 없는데, 구석탱이에 박히고 궁상떠는 재주는 기가 막히답니다.
위 안세빈님께서 설명해주시네, 성은 베요 이름은 일남이여라.
좋은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