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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18회 작성일 15-12-31 13:56

본문


           풍향風向


온종일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마도
북쪽이거나 아니면 
남쪽,
서쪽,
동쪽,
어디서 불어 온 바람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내내 바람이 부는 통에 몹시 춥게 지낸 하루였습니다. 

퇴근길에
2번 출구 앞 거치대에
자전거가 몇 대 남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호를 기다리던 건널목에서
백일이나 갓 넘어 보이는 아기가 제 엄마 품에서 
포대기에 싸인 채 까만 눈을 반짝거리며
세상구경하는 모습이 참
쓸쓸하단 생각에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아기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신호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기의 까만 눈 속으로 들어가
쓸쓸한 세상을 한평생 떠다니는 노란 달빛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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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달의지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달의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연은 사족 같고, 2연 5행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왜 놀랐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일듯한데요
아이가 만약 웃어주었다면 내가 쓸쓸해질듯하네요.
화장 안하고도 이쁜 소품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되시길...
댓글 첨 달아봅니다.

김영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영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겠네요, 시인님이 그 아이 눈으로 들어가서
노란 달빛 걸어놓고 시를 쓰면 아이도 시인이 될텐데..
사는 기 참 쓸쓸하죠이?
나만 그런가...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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