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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그리움이 쌓일 때가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4회 작성일 15-12-17 09:04

본문

눈처럼 그리움이 쌓일 때가 있다

 

 

 

막막한 날엔 눈처럼 그리움이 쌓일 때가 있다. 깊은 밤, 빛을 토해내는 충혈된 길 위로 세차게 다구치는 칼바람, 길 위로 하얗게 내버려진 당신의 그리움, 뽀득대며 걸어간다. 찬 손에 입김 호호 불어주던 당신의 사랑과 숭숭 구멍난 틈으로 빠져나간 옛 기억의 잔상들, 귓볼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녹아내린다. 남 모르게 흘린 눈물이 소리없이 눈처럼 쌓여가고 밤 새 눈은 그리움의 무게만큼 쌓여간다.

       

어둠이 하얀 눈 속에 파묻혀 갈 쯤, 당신의 그림자는 눈 쌓인 길을 되짚어간다. 정갈하게 쌓이는 눈 만큼이나 더할 그리움들, 함박눈이 오는 날이면 울 안 키 작은 나무는 새색시 인 양 뽀얀 민낯을 감추고 하얀 면사포를 두른 체 다시 함박꽃으로 피어난다. 그리움은 가지마다 하얀 눈물을 우려내 차곡차곡 쌓인다. 종일 들판을 가로지른 세찬 바람과 늑골마다 찬바람 든 사내 P의 기나긴 겨울밤을 생각하게 한다.

      

낯 가린 작은 새 한마리 폴짝 날아오르자 와르르 무너지는 눈꽃들, 문 틈 사이로 먼 설경이 아스라이 멀어질 때, 또 하나의 그리움이 눈덩이처럼 화들짝 내려앉는다.

 

 

 

 

글쓴이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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