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호숫가에 서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눈내리는 호숫가에 서서
속눈썹 같은 목책을 두른 커다란 눈망울 안으로 곡선들이 쏟아지는 풍경을
나는 너의 표정으로 들여다 본다
이렇게 가벼운 것이 어찌 지상으로 내려오는지 아름다워
서로 닿을 수 없는 사랑으로 흩날리던 시차의 어지러움
모두가 타인인 것 처럼 뿔뿔이 흩어지던 바로 그 오후
나는 하염없이 너의 각막 아래 검은 심장 안으로 가라앉았으므로
곡선들이 내게로 다가오던 그 황홀한 느낌,
네가 녹는 순간의 전율을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아 이 시원함이라니!
나는 눈내리는 호숫가에 서서
너의 곡선을 물의 차가운 표정이라 이미 오래 전에 고백했던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시꾼♪님의 댓글

고요의 풍경에 풍덩 빠져봅니다
호수(눈망울) 주변 풀들의, 나무들의, 잔잔한 흔들림을 속눈썹으로 목책으로 연결한 것이라든지 그 광경을 화자의 내가 아닌 대상의 표정으로 바라보는 삼투압적인 서술 ...한마디로 좋습니다 ^^
가만히 앉아서 펑펑 쏟아지는 곡선들의 장엄한 한 장면의 영상을 감상하는 것 같아서 그저 고맙습니다
사뭇 낯선 표현으로 써낸 연서 한 편
잘 감상합니다 ! 그믐밤님
그믐밤님의 댓글

애정어린 시선으로 촘촘히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 시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