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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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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88회 작성일 15-12-14 10:21

본문


  허망


  정민기



  오랫동안 봐왔던 글씨가
  인상 찌푸리는 그대의
  미간처럼 삐뚤삐뚤해졌다

  한동안 그 시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내 가슴을 붙잡고
  밤새 울고 있었다

  지는 것이다,
  그래 인생은 지는 것,
  나는 오늘도 그대에게
  아쉬워도 져야만 했다

  가장 싸가지가
  싸가지없게 사는 것보다
  물바가지 하나 없는 것처럼 살자
  그게 길고양이 하나라도
  더 미행하는 거다

  오늘도 동네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리는 저 길고양이 뒤를
  나도 어슬렁거리며 밟는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내 뒤를 미행하라는 듯
  누리가 하얀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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