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11> 조용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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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하루
24층 아파트거실 한 구석에 빛바랜 소파,
늙은 물소처럼 등을 웅크리고 앉아있네
문명의 밀림 속 거친 숨소리 들리는 저 잔등의 오후 두 시,
가끔
창 너머 악어 으르렁대는 소리 들리는데,
저것 봐, 차갑게 식은 아프리카
태양이 창문에 매달려 들여다보고 있잖아 서늘한 저 눈빛은
어디에도 있을테지,
아파트 마당에 엎드려 졸고 있던 자동차 비명소리
굳게 닫힌 이 방음벽을 기어오르기도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 닫히는 소리,
무리 한가운데는 아직 안전한거야
악어는 무리의 분열을 기다리다 잠이 든 거야
숙제를 하던 아이가 물소 등에 기대어 졸고 있네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자신의 부고를 알리는 동영상이 상자 속에서 바스락거려
누 떼 이동하는 길목엔 언제나 굶주린 악어가 살지
세렝게티 야생의 등가죽은 여전히 거실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고 그 잔등에 오후 두 시는
문명의 밀림 속 짧은 평화, 음 소거 된 스크린 속에서
아이의 꿈을 만들고 있네
*아트 부크월드: 미국 유머 칼럼리스트, 자신의 부고를 미리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다가 본인 사망 후 사용.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점점 더 사로잡는,
그래서 후딱 와서 읽게 되는, 읽고 등골에
진앙이 생겨, 떨게 되는,
이 防으로 훌쩍 날아온 珍客이고
황제 납시었다 아뢰오.
참 좋게 읽었습니다. 마른건빵 하십시오.
시꾼♪님의 댓글

사소한 것에서 그것을 사소하지 않게 비범으로 끌고 가는 힘, 음,,,,진객의 발걸음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하늘바람구름별님의 댓글

부러운 마음뿐^^
감히 평은...
오영록님의 댓글

부러운 필법이네요..~~ 감사 놓고 갑니다.//그리운 오~~ 그리운
解慕潄님의 댓글

그렇군요, 수련에서 풍기는 그날의 물고기 냄새일까요?// 모천으로 회귀한
오후 2시쯤이면 나른할 텐데
저도 몽롱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