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0】궁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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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따다*
─ 8분 19초의 미덕 ─ poesie를 위한 앙가주망 혹은 反
난, 해이고 여름의 면류관을 쓴 염제(炎帝)다. 은하계 평범한 별 중 하나지만 한울타리 행성 중 으뜸이며 절대다수 질량이며 소량의 별을 거느리고 있다. 폭발의 잔상이 남아 백만 대군의 혀가 넘실거린다. 기다란 혓바닥에서 달아나는 불을 식혀 미친 듯이 도는 행성을 기른다.
숨 쉬는 것들의 절대자이며 그들의 핵이다. 멀리멀리 추파를 던지며 국부 거품 영역의 국부 항성간 구름 속을 여행한다. 123억 6500만 년쯤 나잇살 끼면 결국 자멸하겠지만 움직이는 기체이고 불, 활성이다. 정작 불꽃놀이에 시들하지만 홍염을 주체할 수 없어 태양풍 뿜는다.
*
함부로 발 디딜 엄두를 내지 마라. 가열한 눈부심을 수그리려 불바다에서 뒤척이는 저녁 마지막 빛깔을 허공에 드리우기도 하는 것은 일종의 은유다. 시자(侍者)들이 나를 섬기지만 또한 경멸한 적도 있다. 너무 멀리 있는 추상은 뜨겁지 않다는 듯이.
불의 혀를 숭배했던 종족들은 대낮보다 더 자명한 사실로 찬미를 거두고 신종의 신을 발굴했다. 모다깃매를 들어 화탕지옥을 만들고 연옥을 서성거리게 했다. 불타는 별이므로 사그라질 때까지 끓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정작 이내 사그라질 것들은 결코 불의 멸망을 목도할 수 없다.
*
그냥 탄다, 라고 하겠다. 너무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마라. 표면 온도도 그렇지만 불의 꼬리와 뿔, 바깥으로 불의 장삼이 휘날린다. 내 불맛을 뜨뜻미지근한 수박채에 담그지 마라. 그늘 가까이 던지는 온건한 몇 줌 빛살 그리고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온다를 업고 온실로 기어가 발가락을 핥으며 기억하라. 빛 뿔이 염라를 지나쳐 수굿이 내려꽂힌 걸,
저물녘 난, 해 이전의 해로 돌아간다. 붙박이별일 뿐인 나를 팽이 돌리듯 돌린 적 있지만 그래도 돈다, 라는 종교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노란색별 미덕은 8분 19초 항속으로 온다. 머리맡에 놓인 물그릇 데우러 온다.
* 궁따다: 시치미를 떼고 엉뚱한 말을 하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소금사막
신현락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3만 5천년의 시간은 화석이 모래로 전이하는 데 충분한 풍량이어서 학자들이 사막의 발원지를 추정하는 근거로 들기도 하지만 밤마다 모래가 바다에 빠져 죽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3만 5천년 후, 그 자리는 소금사막의 발원지가 되었다.
모래의 여자는 정갈한 소금으로 밥상을 차리고 바람을 기다린다 사막에서 바람을 많이 먹은 종들은 종종 변이를 일으키는데 그들이 사랑을 할 때는 서로의 입안에 소금을 조금씩 흘려보낸다 사랑을 구하기 위해서 남자들이 여자를 찾아오는 건 소금에 중독된 까닭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래의 동선을 보면 최초의 호모사피엔스가 여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바람의 혀는 감미롭게 모래의 능선을 애무하지만 모래의 여자는 모래만 낳을 뿐이어서 몇 만 년 동안 처녀의 지평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가끔 소금이불을 햇빛에 펼쳐놓기도 한다
지금도 소금에 중독된 남자들이 모래의 여자를 찾아 간다 그러나 소금을 맛본 바람에게 혀를 내맡기다가 대륙을 이동하는 모래의 변종에게 눈을 다치기도 한다 눈 먼 사내들이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 모래의 여자는 심해의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소금을 그들 앞에 뿌려준다 그렇다고 소금을 한 주먹씩 집어 먹는 건 사막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극소의 미량이라도 한 알의 소금으로 치사량에 이를 수 있다
사랑을 많이 가진 남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면 소금바다가 출렁거린다 그들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 사랑을 찾아 흰 뼈만 남은 몸으로 사막을 노 저어 간다 모래의 여자가 가시나무로 소금을 찍어 인간의 간을 맞추는 것은 이 세상으로 사막이 번져오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
최정신님의 댓글

글에서 잉걸불이 활 활 활 합니다
더 말을 놓으면 군소리겠고 천당이 문학 전도사를 뽑는다면 수장이겠어요 ㅎ
뭐 600억을 예수의 이름으로 횡령한 목사가 있다는데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천당을 그딴식으로 파는 자 위에 문학이 있겠습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빨리 가란 말?
당나귀 타고 한 바퀴 돌고 오겠음메
난, 해한 것들도 머리카락 꽁꽁 숨기고 뭔가 들어있겠지요. 그러다 달빛 좋은 밤, 익사체가 떠오르듯이
뭔가, 괴기스러운 것이 떠오르겠지요.
무엇이 절대적인가, 를 생각한다면, 절대란 다만, |절댓값|이다, 그러므로 음수도 양수도,
암컷도 수컷도 아니다. 불거져나온 것을 소거하면 그냥 맨몸이다.
우리의 취향은, 가두리에 가둔 은빛들이다. 그들은 도망치려 하지만, 살찌우고
뚱뚱하게 배불리다가, 단칼에 목을 쳐 횟감으로 눕혀놓아야 한다. 그래서 취향은 울타리다.
종교는 대마초다, 캐나다에선 이 대마초를 일반화하자, 고 한다는데
이 세상은 약간의 마취와 몽환이 필요하다. 맨정신으로 견디기 힘든 일도 있다, 뭐!
목사는 양을 치다가, 양털을 몽조리 뽑고, 뼈를 발라 기둥을 세우고, 양떼구름의 말을 퍼뜨리고,
너무 과식해서 감옥도 가겠지만, 좋은 양치기도 있다.
다만, 자본을 너무 섬기지는 말지어다, 라고 十자가는 밤마다 불을 켜고 성토 중이다.
뻥 튀긴다면, 그 뻥은 태양이 다 삼킬 것입니다.
시가 뭐냐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거나 뻥이라 말하겠어요.
시마을에서 가장 랄지스럽지만,
어떡해요. 내 꼬리 잡으려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중인데.
최강의 정신!
나는 몽롱한 정신!
고현로님의 댓글

연륙교 / 활연
무지개가 걸리었다. 강철과 시멘트로 된,
몹쓸 것들이 밀려와 무지개 밑동을 잘라 갔다.
물속의 기압골은 골짜기들을 끌고 사각형 너머로 떨어졌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저쪽 해안들, 돌아서면 절벽들.
뒤쪽은 늘 과녁이었다. 물오른 꽃숭어리 흔들리다가 느닷없이 폐허가 된 뒤꼭지를 본다.
화살을 뽑아낸 자리가 무른 공터 같다.
맏물도 끝물도 행성을 돌리다가 그예 둥글게 떨어지나니.
아무렴, 괜찮다. 기스락을 끌고 우주로 날아가는 무지개를 동여매고 모다깃매 때리는 붉은언덕[丹丘] 아래
솔개그늘을 펴고 햇볕을 쬐고 싶다.
무지개가 걸리었다. 놋쇠로 된,
짚수세미로 안쪽을 자꾸만 닦는다.
그릇처럼 환해진 여름이 저 멀리 육교肉橋를 건너간다.
/// 또 못 올리게 댓글로 '모다깃매'에 대하여 올려야지....
고현로님의 댓글

'궁따다'는 지금까지 읽은 시 중에 '쵝오'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 사귀나?
오영록님의 댓글

이 호사를 뭐라해야 하나요..// 비가 오는데 무지개가 뜨다니///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영록이 자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