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 창작시

         악성

소리가 길을 잃었다

그는 비창에 빠져 유서를 적고

미아가 된 소리를 찾아 떠났다

귓바퀴를 밀며 음랭한 동굴 속

달팽이의 속도로 자자히 나아갔다

캄캄한 터널이 절벽처럼 이어진 길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나, 소리는 그 길의 끝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무너져 내리는 순간,

운명처럼 전신을 두드리는 북소리

소리는 그 안에 이미 숨 쉬고 있었다

난세가 영웅을 품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제 억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북을 더 세게 더 깊이 내리쳤다

모든 사물은 자기 안에 울림을 갖는다

마음으로 소리를 읽고 받아 적었다

마침내 악성을 이기고 악성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