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10>새우 뻥 튀김하면 은하에서 고래로 헤엄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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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뻥 튀김하면 은하에서 고래로 헤엄칠까?
작고 예쁜 새우 몇 마리 잡아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문장 몇 개 만들지
어느 정도 맛이 밴 행간들 반죽을 묽게 해서 여러 번 담금질하면 제법
시가 커 보이지 그 정도로는 안 돼 잘 고른 어휘로 문장 낯설게 하기
체험에서 나오는 눈물 몇 방울 섞어 사람의 체취도 넣고 그럴듯한 비유의
녹말가루를 씌운다 뼈대는 끝까지 유지하고 내장은 다 빼내 드러내지 않기
지루해 지면 안 돼 녹말가루 묻혀 비틀기 두어 번 팽팽한 긴장감 끌고 가기
입맛보다 더 중요한 씹는 맛 꿀꺽 넘기는 맛은 사유에 흠뻑 젖어 깊은 맛 나지
기발한 상상력은 끓으면 퐁퐁 맑고 깨끗한 작은 방울 솟는 질 좋은 식용유로 끓인다
마음에 울림 주려면 빠글빠글 끓여야지 위선이 가득하고 부조리한 현실
정의롭게 잘 익었나 쿡 찔러보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위한 간절한 염원
위로와 치유의 소스도 뿌리고 새콤한 오렌지 터트려 혀를 내두를만한 반전
와인도 첨가 색다른 흥미를 일으키고 난해라는 매운 소스를 발라
얕은 생각은 슬쩍 감추기 그렇게 튀기기를 서너 번 한다 튀길 때마다
퇴고 망에 기름기를 탈탈 털고 말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접시에 담는 거야
물론 입맛 따라 선택할 양념 소스도 준비해야지 그런데
아삭아삭 인생의 씹는 맛을 주고 아리아리한 첫사랑 같은 맛은
뻥튀기 기계에다 넣고 튀겨 보는 거야
시에서 빤한 이야기 하나 마나지 뻥튀기는 정말 중요하지 아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눈과 귀가 깜짝 놀라고 코까지 벌렁 할 정도의 신선한 충격 주는 뻥튀기
알면서도 뻥이요 하고 뻥 터질 때 놀라는 즐거움 이런 게 시 읽는 재미가 아니겠어
사람 사는 게 알고 보면 다 뻥이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새우튀김 요리 제목은
“새우 뻥 튀김하면 은하에서 고래로 헤엄칠까?” 어때?
댓글목록
박커스님의 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어디서 뻥뻥 소리가 들립니다.
함 나가봐야 겠습니다.
달팽이걸음님의 댓글의 댓글

박커스 시인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뻥이 심했지요?
죄송합니다 큰소리가 난무하고 허풍이 지배하는 오늘날 세태를
풍자해 본 건데 제가 너무 욕심을 가지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사는 분들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가진것 만큼만 쓰겠습니다
반어적으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새우는 튀겨도 새우겠지요?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달팽이걸음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제 공간에도 찾아 주셔서 감사 햇습니다
고운 시를 자알 감상 하고 갑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는 뻥튀기네요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