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瑞雪에 녹아 내리고 > 창작시

서설瑞雪에 녹아 내리고/활공

마음 비워 솜털같이 가벼운 날에
생각들은 풍선 되어 허공을 배회하며
타고난 역마살 어찌 못하고
눈 오는 날엔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그림자 하나
이기지 못한 나는 소용돌이 일으키며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안고 집을 나선다
오늘도 어제처럼 길다면 긴

하루의 몸살에 반쯤 주눅이 들고
파편처럼 부서지는 눈보라 속을
쓰리고 쓰린 눈동자를 비비고

해질 녘 하루를 불태우고 왔다
나를 안은 영혼은 허우적거리며
내일은 또 그렇게 

학가산 붉은 달이나 가슴에 안으리
눈보라 일으키며 흘러간 날 조용히 잠들다
홀로 버려두었다면 용서하라
단단한 세상에 뿌리내리지 못한

허접한 생을 이리 저리 봐도 못난이
누구를 탓하리오!
슬픔에 길드는 나무를 보자
우리는 서로에게 거리를 떠도는
어쩌면 갈곳 몰라 떠도는 낙엽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