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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희
새장을 지키는 충실한 새 한 마리
날개를 펴는 것을 잊은 채로 사는 새
허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모습으로
먹이만 주면 안달 난 새의 단순한 머리
새장의 문을 열어놓아도 도망갈 줄 모른다
도망이라는 생각을 삭제하며 살아가고
문을 열고 끄집어내면 손가락에 매달린다
매달려 있으면서도 날개를 안 펴려는 고집 있는 놈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유를 인식했나 보다
날개를 파닥이며 푸드득 날아가는 새
자꾸 천장으로 벽으로 몸을 부딪친다
창가로 가더니 더욱더 날갯짓이 활발하다
창가만이 유일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날갯짓
결국 거실바닥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날개를 접는다
다시 손가락 위로 올려놓으면 새는 운다
손가락에서 한참을 생각하는 새
새장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말한다
이젠 하늘을 기억하지 않겠다는 새의 다짐
새장 안에서 중얼중얼 노래 부르고
새장이 자기 세상이라는 걸 알았는지도 모른다
절대로 밖에 놔주질 말라는 새의 간절한 부탁
목이 마른가 물만 버럭버럭 마신다
새장이 편안하다는 걸 기억하려는 새의 의지
날개는 새의 피부로 남으려 한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새를 시로 읽어도 되는 시, 잘 읽었습니다.
새장을 나와 풀 벌레 가득한 세상 훨훨 날아가는 새를
상상해봅니다.
즐거운 하루가 매일 매일로 일년이 행복하시길...
건필을 기원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모님댁에 가니 새를 기르더군요.
새는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살아야 하는데...
새장에 갇혀있는 새를 보니 좀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새장에 새는 어쩜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새장에 익숙한 새들을 보니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고현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