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악어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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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악어가 살고있다
숫자들 누떼처럼 건너가는 늪 속
악어 한 마리 살고 있다
허기진 몸뚱어린 벽 속에 숨긴 채
채깍채깍 게걸스런 아가릴 벌리며
호시탐탐 눈알을 부라리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놈은
화병의 장미를 집어삼키고
냉장고 고등어도 집어삼키고
어떤 날은 아이 발목을 덥썩 물기도 했다
누가 좀 저 끝없는 식탐을 말려줬으면,
놈을 사냥하려 종일 늪가에 앉아 있기도 했지만
바람만이 구름을 밀고 갈 뿐,
그러는 사이 악어는
베란다 창틀을 집어삼키고
장롱속 옷들도 집어삼키고
어느새 신경통의 내 허리조차 잘라 먹었는지
밤새 이빨소리 꿈속까지 들어와서 지끈거리고,
다음 날
아가리를 들여다보면 시치미만 가득한데
건넌방 문을 열자 놈이
속을 다 파먹고 버린 엄마가
빈 껍질로 누워 있다
댓글목록
시꾼♪님의 댓글

시어의 사용이 시맛을 칼칼하게 하면서도 깊은 사유가 번득이는 칼 한자루를 보는 것 같습니다 ^^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자주 오십시오 수련향기님 ^^
수련향기님의 댓글

과분한 평에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외도 하다가
다시 시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밖으로 떠돌던 남자도
결국은 다시 본 처에게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다시 힘을 얻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