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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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미안해요 / 안희선
이미 기울어진 삶 위에
어떤 외로운 정신 하나
세상이 만든 혹독한 추위에 떨고,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아있어
아직도 홀로 노래를
이제, 아름다운 시간은 없다
세월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빛바랜 추억만 있을 뿐
오늘도 마음 속에
새 한 마리 노래한다
하지만,
새는 곧 사라지리라
그래도, 그대는
먼 훗날
내 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대, 미안해요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해서
삶의 어둔 턴넬 저 쪽 끝에서,
소리없이 열리는 추억의 문
내가 이미 지워진, 그곳에서
꿈처럼 반짝이는
너의 슬픈 눈빛
차마, 나를 잊지 못하고
<넋두리> 나에게 영원한 연인이 있다면, 그건 시일 거 같다 (시는 나를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할지 몰라도) 어쨌던, 초라해진 나에게서 모든 사람들이 떠나갔어도 시만은 여전히 내 곁에 있어주기에 하지만, 그대(시)에게 늘 실망만 안겨주었던 내가 오늘 따라 많이 미워진다
Narration 이재영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얼마전인가 박* 시인과 통화를 하다가, 그분 추억의 무늬가 깊다, 그리움의 빛깔이 진하다, 등등
얘기를 들었지요. 그리고 큰 형뻘은 되신다, 아, 그때 "예전엔 미처 몰랐"는지, 솔직히는 시인님
가슴에 여러 차례 비수를 꽂은 일도 많았지요. 이곳에서 저는 대표적인 개망나니였습니다.
지금도 그닥 진화하지 못했지만, 그런저런 일 송구합니다.
오늘은 낭송가님의 목소리가 제 노트엔 단속적으로 들리지만, 깊은 소리 여울이 울립니다.
아름다운 추억이거나 사무치는 기억이거나 단단한 그리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털이다 싶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아우라가 짙다면
세상 누구보다 부유할 것이다 생각합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에 깃든 것들이 오래가니까요.
좋ㅡ은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부디, 늘, 건강하십시오.
안희선님의 댓글

지난 날을 생각하면..
시인님과 저는 나름의 쌓인 앙금도 깊었지요 (웃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그런 흔해 빠진 얘길 안 하더라도,
시인님과는 더욱 깊은 문우가 된 느낌 - 저 혼자만의 착각일런지 몰라도
시인님의 시를 통해서, 옹졸했던 저의 시관에 지평을 넓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 이거 빈 말 아님
건강을 말하자면, 저는 별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암튼, 건강이 제일이므로 건강하소서 - 왜? 건강해야 좋은 시도 쓸 수 있기에
* 박일 시인님께도 (아직 안 죽고 살아있다는) 안부 전해주시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