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깎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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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깎다가
퇴근길에 미용실 들렀다
이리저리 빗어 넘기는 바쁜 손길을
거울속으로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슥슥 가는 빗이 지나가고
몇 덩이의 송이밤이
내 무릎 위로 툭툭 떨어졌다
보자기 속에서 까실한 송이밤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는데
어느새 나는 가고
귀밑머리 하얀
길고 얇던 인중으로 오물오물
나물밥을 잘 비벼주시던
옛날의 아버지께서
내가 알던 얼굴과 미소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가문 논에 물을 대고 오시던 날도
짐자전거에 삼형제를
순서대로 태우시던 날도
마른 손으로 동생의 아픈 배를
슥슥 훓어 내리시던 날도
저 미소로 물끄러미 우리를
저렇게 지켜보시곤 하셨다.
댓글목록
나문재님의 댓글

나이가 드셨구나, 어느새...
울 남편 사진을 가끔 찍어주고 있는데요
어쩌면 그렇게 시아버님 하고 닮았는지,
나 시집올 때 시아버님이 지금 남편 나이 비슷한데요
꼭 닮았어요, 똑 같애요.ㅎㅎ
살아있는백석님의 댓글

어머니 가끔 그런 말씀 하십니다.
우째 그래 니는 젊었을 때 아버지를 닮았냐고...... 신기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