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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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김영선
눈이 오면
사람들이 저마다 설레고 행복해하는 것은,
내리는 눈 속에
그러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네
밖으로 뻗어 나온 추운 나뭇가지 같은 육 남매의 팔다리를
이불 속으로 가만히 넣어줄 때
좀 찌운 자식의 이불 깃에서 더 머물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세상의 잣대에 못 미쳐 춥고 어눌하고
빛바랜 것들에 더 쓰이는
하느님의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이네
삼백육십오일 중 다만 몇 날이라도
열 손가락 다 골고루 따뜻하길 참말로 바라며
넉넉하고 빛나는 것들이
그마저도 시샘하지 않도록
음지 양지 티 안 나게 가만히 덮어 주는
따스한 손길이기 때문이네
댓글목록
후중님의 댓글

눈이 내릴 때마다
정말 설레고 행복했지만,
정작 그 이유를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오늘 그 비밀을 알게되었네요^^
두세 번, 아니 한두 번 만 읽어도
가슴 밑바닥까지 닫는 시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문재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을 늘 가만히 읽어주셔서 저도 고맙습니다,
언제나 멋진중년이시길 바랍니다.ㅎ
안희선님의 댓글

자연이 행하는 일들은 그저 그러려니 해서
경이의 대상이 안 될 것 같지만..
이렇게 시인이 일깨워주는 한 목소리에
우리들은 또, 얼마나 새삼스레 놀라게 되는지..
햇빛도 그렇고, 달빛도 그렇고,
내리는 비도 그렇고, 겨울의 눈도 그렇고,
허공에 충만한 공기도 그렇고
베품이 있는 거기엔 아무런 차별도 없음을
잘난 자던, 못난 자던, 가진 자이건
못가진 자이건 한결 같이 똑 같은 자연의 베품인 것을
우리에겐 평범한 사물과 현상이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일순, 비범한 것이 되는 순간에
시의 황홀은 그렇게 자리하는 게 아닐지..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나문재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그곳에도 눈은 오지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정확히, 지난 9월 21일 부터 내렸다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