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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국땅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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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8회 작성일 15-11-29 15:53

본문

 

1,


웰 캄, 캄 온, 여기는

미국 공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아메리칸 빌리지

지금 이곳의 밤은 펄펄 끓고 있는 중이다

코쟁이 홀리려고 온 마을이 성탄절처럼 번쩍이는데

오늘밤 우리도 코쟁이가 되어본다

아리카도 고자이마스 구다사이!

인사말과 함께 양념 병이 요리사 어깨너머 빙글빙글

돌아가고 지글지글 철판구이 스테이크가 구워질 때

삭카잔을 부딪치며 맥주잔을 부딪치며

우리는 개처럼 미쳐간다

50미터 높이서 관람차가 번쩍번쩍 돌아갈 때

바다건너 도쿄가 보이고 서울도 보인다

내일이면 이 곳을 떠나야 하는데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거나한 웃음소리 질퍽한 박수소리에

오키나와의 밤은 깊어만 가고

창가 멀리 달뜨니 고국의 달빛이 비쳐오는데

우리는 점점 더 미쳐간다


2,


태초에 원주민이 살던 수리城을 찾아 간다

외곽은 비슷한데 내부는 우리성과 너무 달라

겹겹이 겹쳐진 다듬이 방 모퉁이 돌 때마다

낡은 벽화 유품들이 오랜 풍상 속에 기어 나오네

원주민 추장이 앉았던 옥좌에 앉아 본다

"내 자리 앉지 마라"

금방이라도 늙은 추장이 뛰어 나올 듯 음울한데

관광객들 전통 옷 갈아입고 전통 춤을 춘다

우리도 원주민 되어서 따라 춘다

그들은 그들의 춤을 추고 우리는 우리의 춤을 춘다*


3,


바람에 구부러진 고목들의 낯선 풍경 바라보며

야자나무 숲 올레 길을 자전거 타고 달려본다

추억이 얽힌 자전거에 올라보니 회한과 그리움과

허무가 교차되면서 그 시절이 아득히 떠오르네

몸은 이국땅,

출렁이는 바닷가 야자나무 숲 사이를 달리고 있는데

마음은 그 옛 날,

순이 하고 뚸놀던 고향마을 억새꽃 핀 언덕길을 달리고 있네


* 신경림 시(여우와 하루 밤)에서 이미지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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