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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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나는 바위입니다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나는 바위니까요 맑은 날에는 울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마지못해 하늘처럼 울고 있습니다 나는 함부로 내리치지 않습니다 올려져야지 내리치게 됩니다 그렇다고 나는 수직으로 확, 내리꽂는 독수리도 아닙니다 그저 바위입니다 내 주위에는 물 좋은 계곡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찾아왔다가 잠시 내 몸에 기대어 섰습니다 하지만 나는 밀리지 않습니다 그저 나는 바위입니다 천년바위도 아니고, 선녀바위도 아니고, 그저 이름 없는 바위입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습니다 숲에서 청설모가 뛰어다닙니다 알 수 없는 새소리도 들려옵니다 나는 그저 명상에 잠겨 있습니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라도 내리면 좋겠습니다 시린 바람만이 불어옵니다 어둠이 밀려오나 봅니다 저편에서 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잔뜩 웅크린 나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나는 바위입니다 넘어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습니다
나는 농담하지 않습니다 그저 진담만 받아들입니다 농담과 진담 사이에 계곡 물이 흐릅니다 어느 석공이 나를 찾아올까, 싶습니다 내 얼굴에 석공의 마음이 새겨지면 좋겠습니다 가시덤불이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없이 깊은 숲 속에 나는 그저 바위일 뿐입니다 풀꽃을 꺾어 들고 내 몸에 기대는 여인이 사진을 찍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나도 찍혔습니다 이럴 때, 나는 가끔 위로가 됩니다 새소리 들으면서 웅크리고 앉은 나는 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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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 라라라 - SG 워너비
https://www.youtube.com/watch?v=hPoRgIzXm5o
일보전진님의 댓글

바위란 본래 그렇지요
바위의 성품인가 봅니다ㆍㆍ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네, 바위의 성품이겠죠……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