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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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에 가서
불수의근 보러 모란에 갔다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
어떻게 생긴 어느 부위의 근육
나는 생각이 굴왕신처럼 우멍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분기탱천한
아랫도리 근처나 맴도는 것인데
장날이 아니란다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활엽의 숲처럼 휑뎅그렁한 장터
솜사탕처럼 부풀던 발칙한 상상이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그것처럼 풀이 죽는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모란에 가서
내 친구 금이가 만져보았다는 불수의근
베고 잤다는
불수의근은 구경도 못 하고
제주, 남해, 거제, 고흥, 해남, 여수, 강진, 목포
풍찬노숙 실향의 고달픈 지명만 보고 왔다
죄 없이 철망 안에 갇힌 짐승들의
퀭한 눈망울만 눈이 시리도록 보고 왔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정말 멋진 시로 느껴집니다. 눈과 마음이 잠시 호사를 누렸습니다.
불수의근, 굴왕신, 우멍하다....지식이 얕은 저로서는 생경한 말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검색해보고 이해했습니다.
자주 안 오시지만 귀한 시의 정수를 본 듯 합니다.
갇힌 짐승들을 보는 시선에 통감하고 싶습니다.
기르는 것, 죽이는 것, 먹는 것 중에 어느 죄가 더 중한지, 시선과 소비의
혼돈에서 어찌 탈출해야 하는지 의뭉해지는 순간입니다.
건필하세요....
인디고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시인님
저 역시 시를 배우는 사람입니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고
능력 또한 미천하니
시인님의 말씀이 과하다 생각됩니다
한번 더 월 장원 축하드리고
많은 글 보다는
좋은 글 오래 쓰시기 바랍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네...감사합니다.
많은 글보다 적지만 좋은 글, 새겨 듣겠습니다.
그렇찮아도 요즘은 글 올리고 영 쑥쓰러워서요.
부끄러워서 영...면목이 없습니다^^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