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다다른 썩은 동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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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다다른 썩은 동식물
기억이 되살아나는 번쩍이는 찌릿한 작은 정전기처럼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지난 시간들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구식 필름의 몸부림처럼
쏟아지는 3D의 작은 공간에 갇힌 나
너의 흔적이 자라난 나의 살갗을 녹여 하수구에 자꾸만 흘려버려도
다시 자라나 나를 껴안는 너의 살갗과 부드러운 입맞춤
부드러운 너의 유방과 나의 빈약한 몸을 끌어당기던 너의
미끄러운 허벅지의 감촉들이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와
나를 굴복하게 하고 너를 향한 나의 복종으로 고개 숙이게 한다.
어쩌면 옷을 차려입는 너의 뒷모습에서
사랑이 끝나버릴 것 같은 비극을 미리 연습해 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내 두 눈을 바라보며 옷을 벗는 너를 볼 때면
체벌이 끝난 뒤 엄마에게 안겨 우는 어린아이처럼
너의 따뜻한 살갗에 파고들어
작은 둥지를 만들고 자꾸만 아픔을 주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숨어 지내기를 영원히 바랐다.
네가 사라진 이 작은 둥지가 너무 위태롭다.
샤워기를 잠그자 추위가 몰려온다.
죽음처럼 다가오는 이 아픈 추위를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다.
상상력으로 따뜻한 너를 앞에 세워놓고 끌어 안아보아도
자꾸만 흑백으로 변하는 너
나는 길 잃은 어린 아이처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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