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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설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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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57회 작성일 15-11-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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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설 때마다

1
대문을 나설 때 허리를 숙인다
대문밖에 무서운 것이 있다는 습관성 행동인지도 모른다
대문 기둥에는 한자로 새겨진 문패가 있다
저녁에 다시 돌아올 고지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다리는 한 걸음씩을 안과 밖을 연결하고 있다
별빛들이 찡그린 그런 날
빗물들은 가로등 불빛에 더 선명한 몸짓으로 내려 꼽힌다
나는 이른 것들을 새벽 풍경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2
대문을 나설 때 무릎을 굽힌다
더 낮추어야 대문을 나설 수 있었고
아무리 뛰어도 대문은 꼿꼿한 자세를 허락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는 허리를 숙였지
영정사진을 가두고 있는 액자 틀이
이성과 저승을 연결하는 대문?
아버지의 아이고 소리가 점점 건조하게 대문을 빠져나간다
아무리 집 주변을 둘러봐도
자기 집 대문 안으로 바로 걸어들어 가는 사람은 없었다
멈칫거린다
3
대문을 들어 설 때 간혹 머리를 부딪치면 생각에 잠긴다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친 기념으로
백지의 기억을 가득 품속에 안겨놓고 모른 체 하고 있다
오른발이 소리를 낼 때 왼발은 허공으로 나서기 위해 준비하는 소리 
 허리 숙여도 행복한 시간은   
품속이 유난히도 따스한 세싱의 모닥불이 안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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