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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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음
김부회
가을비 내리는 날, 허름한
여관 계단에 앉아 부릅뜬 눈 웅크린 채
돌이 되었다
손에 쥔 붕어빵 한 봉지
어디론가 헤엄쳐 가던 지친 붕어 꼬리가
뭉개져 있다, 하늘 멀리 젖은
눈빛만 유영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앳된 얼굴, 빗물에 번진
그 질척거렸던 생의 시간
꼬깃꼬깃 접힌 만삼천 원과
자신의 얼굴만 도려낸 낡은 가족사진 한 장
뻥 뚫린 가슴, 닳고 닳은 그것이 그가
남긴 전부였다
어디서 어디로 헤엄쳐 다녔을까
뭉그러진 붕어 꼬리만 가슴에 남아 있을 뿐
얼기설기 끼워 맞춘
흐릿한 영정사진 앞 하얀 국화 한 송이
이울고 있다
단 한 사람 연락할 곳 없는
화장터, 굴뚝 연기가 오르고 있다 부옇게
하늘에 이르고 있다 한세상
그가 살았던 어항을 비로소 빠져나온
붕어, 한 마리
*오래전 영면하신 사촌 형의 영전에
시작노트
비 내리는 가을, 세상을 떠돌던 사촌 형의 부음을 바람이 전해 주었다. 끼니때마다 4홉들이 소주 한 병을 반주 삼아 마시곤 했던, 결혼도 못 해 본 그의 장례식 자리, 연락할 친구 하나 없어 시든 국화꽃만 덩그러니 놓아두었다. 어느 초라한 여관 입구에서 가을비에 젖은 채 저체온증으로 영면한 그의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 박힌 사진조차 희미하게 그는 그렇게 갔다. 한 세상 잘 살았는지 나는 모른다. 비 내리는 가을이면 그가 그립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삶과 죽음 참, 별것 아니다. 부연 연기가 하늘거리고 있는 소각장에 나만 남아있었다, 혼자
댓글목록
박해옥님의 댓글

마음이 아프네요. 가을비가 내리면 그리움이 몇배로 불어난답니다
잘 지내지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박 시인님도 건강하시구요....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님
안녕 하십니까?
공수레 공수거라......누구나 한 번은 가는 길이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옵니다
가슴이 아려오네요 시인님!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입니다
힘내세요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오래전 일입니다...낡은 시 퇴고해서....
가을이....무심합니다. 시간처럼....건강하시구요...은 영숙님.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올 때는 알몸으로 왔다가 갈 때도
알몸으로 떠나는 것이 생인데
세상은 허세를 옷으로 입혀 어떤 이들은 화려하게
어떤 이들은 초라하게
알고 보면 한 줌 재일 뿐인데 사촌 형을 지켜보는
시인님의 내면에 그려지는 삶의 형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타인 아닌 자신과 연관이 지어져 있을 때
그 때부터 고뇌의 폭은 커져 더는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아픔이 가슴을 적셔오는 서늘함에 무엇인가 표현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한계를 긋는 이 노래는
우리 모두의 노래가 아닐까요.
김부회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습니다..어찌보면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삶이란 것이...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없듯
그저 해 마다 그그림자 하나 붙들고 사는 것이죠...
결국, 되돌아 가는 것을...
비 내립니다. 가을이 훌쩍.....
감사 드리고 건강 기원합니다. 힐링님...
김태운.님의 댓글

영면하신 형의 죽음을 어항을 빠져나온 붕어로
편안한 삶으로 승화하셨군요
가을비가 축축해지니 떠오른 그리움
형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김부회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네, 그리움의 갈피 하나가 삐져나와..오래 전 시를
조금 다듬어보았습니다. 다듬다 보니...
새삼 그리움이.....
감사합니다..김 시인님....
그저 건강이 최곱니다. 오래오래...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삼일 전 큰고모 장례식을 다녀왔어요.
화장터에서 화장을 하는 고모를 보고 마음이 뭉클해 졌어요.
100년도 못사는 인생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시인님 시에서 죽음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가슴 뭉클한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가을비가 내리네요.
늘 건필하소서, 김부회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가을이 깊어가는군요....
그래요...백년도 못하는 것이 인생이랍니다.
소중한 시간..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좋은 시인이 되기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큰 고모님의 돌아가셨군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댓글 감사합니다.
나문재님의 댓글

아무리 우람한 사자가 죽어도 문상객은 따로 없듯이
인간세상 영결식장은 어쩌면 그에비해 넘 요란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들기도 했었지요
어쩌면 한 세상 살다간다는 거 나름대로 다 값어치 있고, 최선이지 않았을까요..
삼촌의 그 초라해뵈는 마지막길도 인간의 눈으로보니 쓸쓸하지 실상은 가는분에게는
문상객이 적으나 많으나 상관없는 일일것입니다, 가장 마음으로 아파해주고 사랑해주던 사람, 세상에 태어나 건진 단 한 사람 그 사람의 배웅만 받아도 좋지 않으셨을까요...
나를 그리워해주는 사람 하나 이 땅에 남기고 가셨으니 고인도 잘 사신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ㅎㅎ
저도 오래전에 그렇게 보낸 사람 하나 있었습니다. 두고 두고 그리운..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나문재 님...
반갑습니다. 좋은 말씀 주셨습니다....
가는 분이야 알 수 없지요....하지만 늘, 슬픔은 보내는 사람의 몫인가 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시간을 있을진대....
그리움이란 것이 이런 날. 이렇게 떠오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영 지워지지 않을...그런...화인처럼....
비슷한 기억이 있으시군요....저두 가신분의 명복을 빕니다.
가을........비내리는 가을
잘 보내시구요...건강하십시요...나문재 님의 좋은 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쓸쓸한 느낌이네요, 호사를 누리든
신산한 삶을 살든 끝에서는 평등해진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사무실에 붕어빵을 사와서 나누어 먹었는데,
묘한 우연이군요.
좋은 시 읽었습니다. 만추 만선하시길 바랍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님..오랜만에 뵙네요..
가을..비가 내리고..추억의 속살이 드문 거립니다.
활연님두 이 가을에 건강하시고 좋을 글
많이 지으시길요.
감사합니다
石木님의 댓글

11월의 금요일.. 주말을 앞두고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제가 늘 걷는 산책로가 낮에도 컴컴하였습니다.
흠뻑 빗물에 젖은 상태로 땅에 누워 구겨지고 있는 낙엽들이
더욱 측은하게 보이는 저녁입니다.
무심히 시마을에 들어왔다가 오랜만에
김부회 시인님이 올려놓으신 시를 발견하여 열어 보았는데
아, 이렇게 무겁고 마음 아프신 글을 공개하셨군요.
혹시 날씨의 영향을 받으신 겁니까?
한 생애를 보내는 일, 그리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뜻하는 바를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면
마음이 무거울 때는 무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이 궂은 날씨가 활짝 개어 내일 다시 화창한 아침이 오면
우리도 또 힘을 내어 행복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金富會님의 댓글

석목님..정말..오랜만입니다..
날씨 탓..맞습니다..그래도 이렇게 가을비에..회상의 한자락
더듬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행이라는
남은 사람의 몫은 늘...밝아야 하는데..쉬이. .못합니다..
내일..비개인 가을 하늘에..편지..한 통..써야겠읍니다..
덕분에..기분 전환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김학지s님의 댓글

시를 읽는 동안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 누군가는 떠나 보내고 또 생각나고 하는 일상이
반복 되어 지네요.
그러면서 인생을 깨닫나 봅니다.
부디 힘내시기기를 바랍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김학지S님
공감의 말씀 감사합니다..
갈 사람 가고 남은 사람..남는것이 인생이지만..
늘..남은 사람의 몫이 큰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구요..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목헌님의 댓글

죽음은 우리들 모두가 갚아야 하는 빚이다.. 에우리피테스 글이 생각 납니다.
절절한 그리움이 깊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목헌님.
반갑읍니다..님의 좋은 글 자주뵙습니다^^
에우리피테의 글은 모르는 글인데 덕분에 배웠습니다.
우리가 갚아야 할 빚..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그리움이 깊습니다
애잔한 가을입니다..
무언가 놓친 듯한..
공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