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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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버리고 돌아서다가 버려진 내 그리움을 목격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을 버린 물안개 속에 내 오랜 응시를 남겨두었는지도 흐릿합니다 다만 기억 하는 것은 당신을 내려놓던 그 때 문득 내가 몹시 천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돌아서는 발길에 지난날의 부스러기들이 채였습니다 어디선가 우리가, 우리가 부르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당신의 눈 속에 내가 있고 내 눈 속에 당신이 있을 때… 나는 한사코 젖지 않으려 했습니다 두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온 몸에 귀들이 돋아나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물안개가 걷히고 강이 보였습니다 강물에서는 기대와 포기 사이를 오가던 그 천박하던 느낌이 풀어진 냄새가 났습니다 내 가슴의 옹이로 당신이 스며 들었습니다 세상엔 서리 위에 찬바람이 앉았습니다 그리고 내겐 겨울이 왔습니다 내 속에 고여있던 당신이 폭설로 내렸습니다 나는 하얗게 덮여 갔습니다 이것은 참혹에 가까운 일입니다 후후, 갑자기 당신이 개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랑을 함부로 삼킨 짐승 말입니다 넌 귀먹은 지 오래라 들리지도 않지? 이 호로 새끼야!
댓글목록
김학지s님의 댓글

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마지막 싯구가 정말 좋습니다.
윤희승님의 댓글의 댓글

ㅋㅋㅋ 저야말로 웃으면 안되는데,
큭 군계일학의 코멘트십니다
걸음 감사드리옵고 범사에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