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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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밤
밤 한 시 반 목포역.
기적(汽笛)을 잃어버린 마지막 열차가 들어선다.
낭랑하게 착착 감기던 안내방송도 없다.
품어 따끈했던 낭만을 비웃 듯
역 대합실은
흔한 사투리 한마디 들을 수 없어 더 을씨년스럽다.
완도행 첫차를 타야할 발을 붙잡은
역 앞 싸구려 여관.
뜨내기라는 것을 아는지 삐걱거리는 여닫이 문,
훅 끼쳐 오는 특유의 냄새,
몹시 귀찮다는 듯 치 뜬
늙은 아낙의 눈빛이 마른 가오리를 닮았다.
싼 숙박비만큼 냉골이다
집 떠나면 다 찬밥이라며 눕자마자 코를 고는 일행.
부럽기도 하고 얇살밉다.
내 잠은 뿌리가 없어 흔들린다.
잠은 오지 않고,
자야하는데
잠은 오지 않고,
뒤척이는 잠이 더부룩하다.
시린 바람 드나드는 창틈으로
잠 못 들고 몸을 뒤집는 파도소리 들리는 듯하고,
순한 마소처럼 홋줄에 묶여있는 배들의
살 부딪는 소리 들리는 듯하고,
이난영의 낭랑한 노랫소리 들리는 듯하고,
낯가림하는 잠이 밀어낸 밤이 비릿하다.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목포역이 환하게 그려집니다.
내 잠은 뿌리가 없다/....................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김 시인님.
도국님의 댓글

제가 처음 목포에 내려올때 생각이 나네요 .. 잘읽었습니다.
아는 지역이라 그런지 더욱 좋아요
香湖님의 댓글

다녀가신 김시인님, 도국님 걸음 놓아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