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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0회 작성일 15-10-22 18:52

본문

계절을 개폐하는 스위치는 정상 작동합니다 나무들은 줄기차게 피스톤운동을 반복합니다 낙엽들도 변속기어를 넣는 일을 게을리 않습니다 바람이 궤도를 이탈하여 탈선하는 경미한 사고가 가끔 있을 뿐입니다 인간들만 오로지 인간들만 망가진 엑셀레이터를 마구 밟습니다 이 도로에선 연쇄추돌사고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세게, 더 세게, 다섯 발가락에 힘을 줍니다 스타트라인에서 시동을 걸기 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윤활유를 듬뿍 발라줍니다만 출발한 사랑은 소음과 초과함량의 매연을 뿜어댑니다 청춘들은 구매한 사랑을 리콜 요청하기도 합니다 수선은 거부되고 맙니다 욕망의 바퀴들이 달리는 차로 곳곳에서 질주하던 인연들이 빵꾸가 납니다 인생들이 여럿 뒤집힙니다 과속의 종말 풍경은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풍경 너머에선 대량 생산된 무당들이 작두 날을 숫돌에 갈고 있고 양껏 복제된 중들과 목사들은 견인차에 탑승해 대기 중입니다 곧 천둥과 날벼락이 칠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과속은 요지부동, 끄떡없습니다 무한 질주는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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