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佳谷)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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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佳谷) 가는 길 / 시그린
가을걷이, 돈 안 된다
오늘 하루쯤은 나도 모르겠다
가진 것 없고, 가질 것도 없다.
아내가 하룻날 집을 비웠다
찌그려진 밀짚모자 눌러쓰고
걸망태, 삶은 햇고구마 두 뿌리
보온병 가득 연한 커피 채우고
아침이슬 털어내고 길 안내해줄
도리깨열나무 작대기 하나
쉬엄쉬엄 동네 한 바퀴
온 사방(四方) 꽃바람 천지다
논두렁 건너 밭두렁 길
봇도랑 건너 산자락 멧짐승길
불당골 지나고 가곡(佳谷) 가는 길
느린 느긋 바쁠 것 하나 없다
서너 걸음, 전진 앞으로
두어 걸음, 길섶으로 게걸음
반나절이 지났는데 이슬 치렁치렁 푸섶길
쑥부쟁이 망초꽃 보리뱅이꽃
물웅덩이에 발 담근 물봉선화 갈꽃무리
어제의 적군들 오늘은 친구다
비우니 가볍다
채워도 가볍다
너무 가볍다
되레 한 바가지 퍼 담아
물총새 떠난 개울가에 앉아
주먹돌 던져 동그라미 하나 띄운다
누군가!
건져 보려나.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시그린님
그간 안녕 하셨습니까?
멋진 가을 소풍 즐기시는 시인님을
미소 가득 감상 머물다 가옵니다
물총새 떠난 개울가에 앉아
주먹돌 던져 동그라미 하나 띄운다//
시인님 앉아 계신 개울가가 그려 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가을 되시옵소서!^^
시그린님의 댓글

은영숙님!
은행나무길 아래로 열흘 전쯤
위생정화조 차량(똥차)이 지나가더니
아직도 구수한 가을 냄새가 등천을 합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