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2】바닥은 어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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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어딘가요 / 동피랑(이규성)
흙손으로 빚는 하루를 마당에 부린다
물과 모래와 시멘트 반죽으로 바뀌는 바닥
상류와 호흡하는 것들은 낙하하는 물체의 지면(地面)이다
순식간에 파묻힌 마당의 깜깜한 내막
육필로 장문의 편지 쓰던 지렁이도
허공을 빗질하던 강아지풀도
발치에 순종하던 흙도 돌멩이도 개미도
모두 콘크리트 하류로 갇힌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열고 닫히는 세상의 문
여름은 가고 계절은 아직 겨울이 아니어서
흔들리던 고도에서 낙하지점을 찾는 동안
단풍나무가 하는 일은 가을을 떨구는 일
단풍잎 한 장 공중에서 떨어진다
한 번의 불시착에 여객기가 박살 나듯
늪의 늑골 쪽으로 잎은 감각을 잃어가고
힘껏 물고 놓지 않겠다는 굳건한 바닥
아무리 수선해 살아도 안 보이는 바닥의 끝은 어딘가요?
아무 일 없다는 마당의 차가운 표정 위로
추락하는 것이 외치는 아우성은
바닥을 마감하는 미장공의 붉은 낙관(落款)이다
댓글목록
시엘06님의 댓글

문명이 빚은 자연의 눈물입니다. 진정한 바닥은
추락을 포용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락만 남겠지요.
선선한 가을 날, 좋은 시 한편 읽고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잘 지내시죠, 동피랑님 ^^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시엘님 오랜만입니다.
비가 온 후 기온이 무척 내려갔습니다.
따뜻한 시편 굽기 좋은 때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실을 맺는 해가 되길 빕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번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