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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 5 > 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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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태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6회 작성일 15-10-10 12:10

본문

 

 

                 전봇대

 

 

초등학교 불알친구

키다리 광수는 기마전 때면

든든한 말이었다

몸이 가벼워 날쌘 쌈꾼이던 나

그의 어깨에 올라타면 세상은 든든했다

기껏해야 한 키 높은 공중부양이

지평선까지 호연지기를 펴주고

나는 창공을 휘젓는 독수리가 되었다

푸른 깃발을 뺏으러 역마산 대유평을

겁 없이 내달렸을 때 백군의 함성이

지금도 들려온다

개울에 물이 차 건너지 못할 때

한 사람 씩 업어 건네주던 친구는

등에 따뜻한 전류가 흐르는 형이었다

전봇대 감아 올라 피어나는 박꽃처럼

웃으면 드러나던 하얀 덧니 몇 개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못했다

늘 하얗게 살아온 너의 심장, 그러나

이십만 볼트의 뜨거운 피가

언제나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개울을 건너 들판에 서서

수 만근 전선을 어깨에 메고

산을 오르는 키다리 회색 말뚝

이십만 볼트의 뜨거움을 나눠

눈 내리는 오지까지 택배하려

사계절 팔을 들고 벌을 견딘다

우리 대신 벌을 받던 광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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