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 창작시

달빛 아래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이 참 밝다

새까만 어둠의 숲 속에는

교교히 은빛 물결이 흐르고

눈뜬 장님인 나의 눈에는

보이는듯 안보이는듯

많은 귀신들이 튀어 나와

숲속의 이쪽 저쪽에서 유영하고 있네

연기같이 풀어 헤친 유연한 몸들이

실루엣처럼 서로 겹쳐진다

아~하, 귀신들은 발이 없지

그들은 서로 몸길 닿는대로

달밤의 체조를 마음대로 하면서

노래까지 곁들이는데

이승에서 못 다한 노래가락이라

아주 높거나 아주 낮거나

숲속은 고요하기만 하다

아~하, 귀신들의 노래는 들을 수가 없지

오늘밤 제일 인기 좋은 처녀귀신 주변은

젊은귀신 늙은귀신 많이 모여 붐비는데

이승에서 힘껏 밟은 엑셀이

저승까지 멈추지 못하고

처녀귀신 옆 상수리 나무에 쳐박힌 젊은 친구

급사하자 마자 곧바로 환생!

아~하, 귀신은 죽을 수가  없지

귀신들은 제일 좋아 하는 절기에

이승으로 잠깐 소풍 나와

깊어가는 가을밤을 맘껏 즐기고

먼동이 트기기전에

저승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