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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처럼 움튼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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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5회 작성일 15-10-05 19:23

본문

담장을 걷는 고양이가
쥐를 찾아 눈을 번득인다.

밑 둥만 남겨놓고 잘린 복숭아나무
꽃향기가 있었던가?
경사로의 반대편으로 기울기를 뻗은
라일락 나무
오전의 햇살 한 줌으로 만족했던
잎이 시들한 단풍나무

축대 위에 화단에는
십수 년
아니다 이십여 년
묵은 퇴비와 갈무리 진 풀잎들은
쓸려 갔다.

이제 막 일군 화단에 낙엽을 놓는다면
처녀의 속살 같은 수줍음이
첫발을 딛는다.

쥐들은 알고 있다.
고양이의 폭정에
숨을 곳이 없었다.

무료한 걸음을 놓을 때마다
위태위태하기는
화단의 주인이다.

도시의 담은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발자국을 쫓고 있다.

희망이 기운 도시의 그늘에
오아시스같은 고양이의 눈빛

시선은 낮은 담장 아래
헛물 켠 앞발의 수탈이 허무하다
침을 발라 얼굴을 닦는다.

귀를 쫑긋 세워
모가지를 길게 늘인 눈빛과 마주쳤다.

고양이는 쥐처럼 움트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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