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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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단면
김영선
한 때는 목덜미가 새 지폐처럼 빳빳했던 사내
센물이 순천만처럼 그득할 적에는 온갖 철새도 품었던 사내
하루에 하루가 겹치고 늘 같은 하루 같았으나
흔들리고 자빠졌던 자리마다 바닷길 같은 골이 터지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온몸에
단풍 물이 든 사내
절 삭아, 능선처럼 부드러워진 사내가
바람이 끄는 대로 머리를 두는 순순한 억새밭에서
없는 듯이 서서 사진을 찍는다
차르르...
초고속디지털 카메라에, 마파람
북쪽으로 일제히 길을 잡은
억새들이 그득히 담겼다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아름다움도 함께
부드러운 시
감상하며
추천
안희선님의 댓글

그 단면에 머물다 보니,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져서 갑니다
새삼, 세월처럼 흐르는 시냇물의 언저리에
초탈한 모습으로 머문 둥근 돌들이
왜 그렇게 부드럽게 둥글어졌나도 생각해 보며..
- 첨엔 그 모두, 잔뜩 모난 돌들이었을 것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멋진중년님의 댓글

순천만 억새밭에 서있는 저를
한참동안 관찰하다가 그득해진 가슴안고 갑니다. ^^
달못님의 댓글

자전거를 타는 일처럼
넘어지지 않으려면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틀어야 하는 것
부러지지 않으려는 갈대의 몸부림은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누이는 것
사내도 그 즈음을 깨달아 새 지폐처럼 빳빳하던 고개를
갈대처럼 누일줄 알게 된 것.
그런데 왜 그 풍경이 안쓰럽고 쓸쓸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