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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시 모음> 정연복의 '아빠' 외

+ 아빠

세상 살아가는 게
힘에 부칠 때가 많아서

속으로는 울면서도
겉으로는 웃습니다.

가슴 떨리고 두려운
일이 닥쳤을 때도

별것 아닌 듯
태연한 척합니다.

나는 이래봬도
두 아이의 아빠

아들딸을 지켜주어야 할
아빠이니까.


+ 좋은 아빠

비록 나는
가난한 시인이지만

한 가지
간절한 소망이 있다.

물질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넉넉히 베풀 수 없어도

갖은 좋은 추억들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아빠만큼은
꼭 되었으면 한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그 즐거웠던 추억들이

아이들의 맘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그런 아빠가
꼭 되고 싶은 거다.


+ 아빠!

지금껏 육십 년 가까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내게 붙여진 가장 소중하고
기분 좋은 호칭

아빠!

세상살이 힘들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아들딸이 다정한 목소리로
아빠! 하고 불러주면

삶의 고달픔과 괴로움
잠시 잊고

썩 훌륭한 아빠는 못 되어도
좋은 아빠로

아이들 가슴에 오래오래 남고 싶은
새 희망과 용기가 불끈 솟는다.


+ 아빠와 딸

딸이랑 같이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딸내미가 하는 짓 하나하나
그냥 다 예쁜 풍경이다

나무같이 쑥쑥 자라는 모습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내 가슴이 호수같이 맑아진다

딸과 손잡고 길을 걸으면
세상에 두렵고 걱정될 게 하나 없다

딸이 아빠! 하고 부르면
한순간 온 천하를 얻는 기분이다.

딸은 하늘 높이 계신 그분이
내 곁으로 보내주신 작은 천사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지상의 천국이다.


+ 아빠와 아들의 봄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손잡고 걸어오는

교회 언덕길에는
겨울과 봄이 다정히 함께 있네.

아빠와 아들이 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겨울의 꼬리는 짧아지고
봄기운 한 움큼씩 자라네.

둘이 같이 걷는
한 점 행복한 풍경으로

가만가만 따스한 봄을 밀어오는
아름다운 동행.


+ 아빠의 기도

제게 사랑스러운
아들딸 주심을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의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께서 제게 위탁하신
귀한 존재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때로 힘들고 고달프지만

당신을 본받아
생명을 기르고 보살피는 일이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함을
시시때때로 느끼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